"쏘니! 쏘니!"...'토트넘 유니폼' 오만 삼형제의 손흥민 사인 도전기, '사고초려'까지 간다[오!쎈 무스카트]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9.10 15: 17

'월드 스타'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인기는 오만에서도 뜨거웠다. 다만 그의 이름을 간절히 외친 꼬마 축구 팬들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오직 승리뿐인 경기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강력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나오는 불운도 겹쳤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7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공항에 도착했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대한민국 손흥민이 입국장을 통과하고 있다. 2024.09.07 / rumi@osen.co.kr

안 그래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치명적이다. 3차 예선 통과를 위해서라도 승점 3점이 꼭 필요하다. 홍명보 감독도 "원정이고 어려운 점이 많은 경기다. 하지만 승리 외에는 다른 게 없다. 모든 초점을 승리에만 맞추도록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그라운드 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4.09.09 / rumi@osen.co.kr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그라운드 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4.09.09 / rumi@osen.co.kr
필승을 다짐하는 대표팀은 현지 시각으로 9일 오후 6시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선수단은 이날 처음으로 결전지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 잔디를 밟았다. 전날까지는 무스카트 외곽 시브의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훈련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이었음에도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었다. 습도도 높았다. 무스카트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형인 만큼 여름엔 '고온다습'하다. 심할 때는 습도가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오만과 경기도 6시 킥오프인 만큼 비슷한 조건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선수단은 훈련 시작 시간인 6시가 되기 전부터 하나둘씩 경기장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이들은 박수와 기합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가볍게 경기장을 돌았고, 한쪽 구석에 콘을 세워놓은 뒤 몸을 풀었다. 현지에서 만난 오만 취재진들은 하나 같이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로 부담감이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여유로웠다.
다만 이전과 달리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가 지휘하던 포지셔닝 및 전술 훈련은 볼 수 없었다. 20명에 가까운 오만 미디어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가볍게 패스를 돌리는 '론도' 훈련만 보여줬다. 혹시 모를 전력 노출을 최대한 막는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그라운드 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4.09.09 / rumi@osen.co.kr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손흥민과 양민혁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24.09.09 / rumi@osen.co.kr
대표팀 훈련은 약 한 시간 정도 계속됐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주장 손흥민이 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나눴다. 손흥민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선수단에 '희생하자'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의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수십 명의 오만 팬들이 한국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버스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역시 목표는 손흥민의 사인이었다. 12살 소년 알리는 아예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올 정도로 진심이었다. 그는 오만이 이기길 바란다면서도 "쏘니(손흥민)가 한 골 넣으면 좋겠다"라며 씩 웃었다.
손흥민을 기다리는 오남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토트넘 홈 유니폼, 원정 유니폼, 써드 유니폼까지 하나씩 챙겨 입은 모습이었다. 14살 소년 일리아스는 자신은 사실 맨체스터 시티 팬이지만, 오직 손흥민만을 위해 형제들과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왔다며 눈을 반짝였다.
일리아스 형제는 생각 이상으로 손흥민에 진심이었다. 그는 손흥민을 만나고자 호텔까지 찾아갔고, 이날 훈련 시작 전에도 사인을 받으려 시도했으나 두 번이나 실패했다고 투덜거렸다. 일리아스는 이번에야말로 사인을 받아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한 시간가량 기다린 일리아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이 먼저 버스에 탑승했고, 얼마 후 선수들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팬들이 몰리는 바람에 가드들이 손을 잡고 몸으로 저지선을 만들었다. 한국 취재진들도 아직 AD 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멀찍이서 지켜봐야 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손흥민이 나오자 아이들은 큰 소리로 "쏘니!", "쏜!"을 외치며 유니폼과 손을 흔들었다. 손흥민도 이들을 보며 손인사로 화답하긴 했으나 발걸음을 옮기진 않았다. 그는 시간이 늦었던 탓인지 그대로 버스에 올라타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알리는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한국어로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애써 웃어 보였다. '삼고초려'에 실패한 일리아스 형제도 어깨를 으쓱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 취재진도 안타까운 마음에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일리아스는 경기 당일날에도 다시 도전하겠다며 또 실패하면 '피치에 뛰어들겠다'는 장난 섞인 으름장을 놓은 뒤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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