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류승완 감독 “정해인, 해맑아서 재수없어..다산의 후손의 ‘정직한 광기’”[인터뷰①]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4.09.11 14: 27

 ‘베테랑2’ 류승완 감독이 배우 정해인에게 악역 연기를 맡긴 이유를 전했다.
1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앞서 정해인은 자신의 캐릭터와 관련해 “감독님이 존재만으로 불쾌함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디렉팅을 전했던 바 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해맑음이 짜증나고 불쾌하지 않나. 아침부터 보고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항상 해맑을수 있지?’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제가 처음 정해인 배우하고 인사한게 ‘시동’ 촬영장이었다. 마치 세상 큰 어른을 만나듯이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얘기하더라. 저는 그때 박정민 배우하고는 단편 같이 찍어봐서 편하니까 농담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서서 미소지으면서 있더라. 어떻게 이렇게 인간이 재수없을수 있는가. 어떻게 이럴수 있는가. 짝다리도 안 짚고. ‘뭐지 이 재수없는 젊은이는?’ 이랬다. 현장에서도 그렇게 흐트러짐 없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저렇게 살아가는 인간은 얼마나 힘들까. 안에 스트레스가 분명 있을텐데’라고 생각했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이어 “그러고 ‘베테랑2’를 제안하려고 각본을 전달하기 전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술 한잔 하면서 인간이 흐트러질수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궁금했다. 그런데 안 흐트러진다. 대화 해보면 화가 있다.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항상 좋은 사람이려고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 하고 바른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다른사람의 실수에 대한 허용범위가 적다. 이친구도 내면에 그런게 있다. ‘대체 인간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하는 지점이 있는데 잘 안드러난다. ‘그럼 화를 어떻게 다스리냐’ 물으니 운동을 한다더라. 이친구는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집에서라도 쇳덩이를 들어야 잔다. 저는 그걸 보면서 무섭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 친구의 안에 용광로같은 뜨거움이 있는데, 고요한 원자로가 무섭지 않냐. 그 큰 원자로 하나가 이 인간 안에 있는거다. 그래서 그걸 보여주는데는 어떠한 또라이 연기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되게 차분하다. 딕션도 정확하고. 그래서 다산의 자손이 보여주는 이 ‘정직한 광기’가 보여서 오히려 좋았다. 또 전작의 조태오(유아인 분)가 너무 큰 사랑을 얻었고 각인되어있는 상태에서 스스로가 그것과 비교돼서 연기하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저도 그걸 원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또 류승완 감독은 “재밌는건 이 친구가 연기하기 어려웠을거다. 전작 조태오는 우리가 볼때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보이지만 이친구 입장에선 악행이 아니다. 이 친구는 배려를 하는거다. 자기 입장에선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악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박선우는 혼란을 겪고있는 인물이다. 신념은 갖고있으나 위태로운 임계점에 도달해있는 상태고 이것에 의해 발생하는 대중의 반응이 어떻다는걸 알고 즐기는 인물이다. 근데 어떤 지점에서는 대중 정의와 부합하기도 하고, 혼란을 야기하려고 저지른걸수도 있다. 안에서 정립되지 않은 인물이라 배우 입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데 저는 이 인물이 배우 스스로도 일정 정도 혼란을 가지고 진행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에 이 인물이 왜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신이 존재하는 버전의 시나리오도 있었다. 왜 누락했냐면 관객도 배우도 그게 존재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답이 난다. ‘사연이 이래서 이렇게 된거겠지’ 하고 카테고리가 정해지는데, 저는 그 밖에 있길 원했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맞닥뜨리는경우가 많다. 이 인물이 그런 인물이길 원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어떤 장면에서 신념이 명확한것 같기도 있고 어떤 장면에서는 혼란스럽기도 했을텐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때 왜 그런말을 했지?’ 하는 순간이 있지 않나. 제가 정해인 배우한테 그런식으로 요구했다. 맑은 눈빛 나온 것도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는 생각에 나온걸 수도 있다. 그런데 앞 뒤 컷이 붙었을때 그게 설명 안되는 눈빛이라 오히려 공포감을 전달할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특히 류승완 감독은 “정해인 배우가 부담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실제로 이 친구가 부담을 많이 느껴서 황정민 선배가 우리끼리 둘이 MT가자고 했다. 그때 특별출연한 사람이 조인성이었다. 조인성이 와서 정해인 배우를 만나서 ‘류승완 알고보면 그렇게 나쁜사람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그때 밤늦게까지 술마시고 하면서 정해인 배우를 풀어줬다. 고맙다”며 “술마시려고 온것도 있겠지만, 자기가 출연하지도 않는데 ‘정해인 배우가 이런 부담을 느끼더라’라고 했더니 배우끼리 얘기하는게 또 다르니까 ‘감독님이 불러주시면 언제든 갈게요’ 해서 조인성 배우가 왔다”며 조인성의 인성을 극찬하기도 했다.(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CJ ENM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