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레전드가 떠난다...'우승만 22번' 바란, 31살에 조기 은퇴 "이젠 축구화를 벗어야 할 순간"[공식발표]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9.25 20: 08

결국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라파엘 바란(31)이 생각보다 이른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바란은 25일(한국시간)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모든 좋은 일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난 내 커리어에서 여러 도전을 해왔고,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에도 최선을 다했다. 믿을 수 없는 감정이고, 특별한 순간이다. 평생 지속될 추억이다. 이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모두가 사랑하는 축구에서 은퇴를 선언하게 된 건 엄청난 자부심과 성취감"이라며 은퇴를 알렸다.
바란은 월드클래스로 불렸던 프랑스 출신 센터백이다. 떡잎부터 달랐던 그는 2010년 17세의 나이로 랑스에서 프로 데뷔했고, 1시즌 만에 랑스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안목은 정확했다. 바란은 빠른 발과 뛰어난 제공권, 안정적인 수비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그는 10년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라리가 우승 3회를 비록해 무려 1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바란은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없어선 안 될 자원이었다. 그는 2014년 A매치에 데뷔한 뒤로 총 93경기를 소화하며 프랑스 수비를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끌며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손에 넣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모든 걸 이룬 바란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2021년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PL)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다만 맨유에서 퍼포먼스는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바란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유리몸이 돼버렸고,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생각보다 빠르게 은퇴했다.
그래도 바란은 경기장 위에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세트피스에서 헤더 득점 한 방도 쏠쏠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자도 아래 카라바오컵(EFL컵)과 FA컵에서 우승하며 맨유에 2시즌 연속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바란이 커리어를 통틀어 거머쥔 우승 트로피는 무려 22개에 달한다.
바란은 맨유와 동행을 3년으로 마무리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그를 붙잡지 않았다. 바란은 맨유에서 리그 24경기 넘게 뛴 적이 없었던 만큼 더는 믿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텐 하흐 감독은 레니 요로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를 영입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바란의 다음 행선지는 세리에 A 코모였다. 그는 승격팀 코모와 2년 계약을 맺으며 다시 한번 도전을 택했다. 다른 팀을 택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세스크 파브레가스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상이 말썽이었다. 바란은 데뷔전이었던 삼프도리아와 코파 이탈리아 1라운드에서 경기 시작 20분 만에 무릎에 충격을 입고 교체됐다. 세리에 A 전반기 명단에도 등록되지 못했다.
결국 바란은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난 항상 내 자신에게 가장 높은 기준을 적용해왔고, 그저 경기를 붙잡고 있기보다는 강한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었다. 내 마음과 본능에 귀를 기울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욕망과 필요는 서로 다른 것들이다. 난 수천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났다. 이제는 웸블리에서 트로피를 따낸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멈추고, 축구화를 벗어야 할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제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바란이지만, 축구계를 떠나진 않는다. 그는 "이제 경기장 밖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난 코모에 남을 것이다. 그저 축구화와 정강이 보호대를 벗을 뿐이다. 곧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바란은 "지금은 내가 뛰었던 모든 클럽의 팬분들, 내 팀동료들, 코치진과 스태프 여러분...내 무모한 꿈보다 더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다음은 바란의 은퇴 선언 전문
모든 좋은 일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난 내 커리어에서 여러 도전을 해왔고,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에도 최선을 다했다. 믿을 수 없는 감정이고, 특별한 순간이다. 평생 지속될 추억이다. 이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모두가 사랑하는 축구에서 은퇴를 선언하게 되다니 엄청난 자부심과 성취감으로 가득하다.
난 항상 내 자신에게 가장 높은 기준을 적용해왔고, 그저 경기를 붙잡고 있기보다는 강한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었다. 내 마음과 본능에 귀를 기울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욕망과 필요는 서로 다른 것들이다. 난 수천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났다. 이제는 웸블리에서 트로피를 따낸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멈추고, 축구화를 벗어야 할 순간이다.
난 내 자신을 위해, 내 클럽을 위해, 내 조국을 위해, 내가 뛰었던 팀의 동료들과 모든 팬들을 위해 싸우길 사랑했다. 랑스에서부터 마드리드, 맨체스터, 그리고 국가대표팀까지 난 모든 엠블럼을 모든 걸 바쳐 지켰다. 그리고 그 여정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최고 수준에서 경기는 정말 짜릿한 경험이다. 몸과 마음의 모든 수준을 시험한다. 우리가 느꼈던 그 감정들은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다. 운동선수로서 우리는 절대 만족하지 않고, 성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게 본성이고 원동력이다.
난 후회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 난 꿈꾼 것보다도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명예와 트로피를 넘어서 어떤 일이든 내 원칙을 지키고, 진심을 다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떠나려 노력해왔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내가 여러분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길 바란다.
이제 경기장 밖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난 코모에 남을 것이다. 그저 축구화와 정강이 보호대를 벗을 뿐이다. 곧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길 바란다. 
지금은 내가 뛰었던 모든 클럽의 팬분들, 내 팀동료들, 코치진과 스태프 여러분...내 무모한 꿈보다 더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 고맙습니다, 축구. 사랑을 담아,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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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파엘 바란, 스포츠 키다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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