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엔트리' 21세 포수, 군대에서 중고거래로 ‘헌 야구공’ 사서 배팅볼 치다…“구단에 부탁할 깡이 없었어요”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4.10.04 20: 40

 프로야구 LG 트윈스 포수 이주헌(21)은 정규 시즌 막판에 1군 데뷔전을 치렀고, 단 3경기에 출장했지만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입단한 이주헌은 2022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경기도 연천 모 육군 부대에서 복무했고, 올해 4월 제대했다. 
군대를 가기 전에 2군에서 7푼3리(41타수 3안타)에 그쳤던 이주헌은 제대 후 올해 2군에서 3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4리(81타수 23안타) 6홈런 21타점 19득점 출루율 .427, 장타율 .556, OPS .983을 기록하며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LG 포수 이주헌이 2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 데뷔 첫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고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26 /orange@osen.co.kr

2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홈팀 LG는 에르난데스를, 키움은 김윤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2회말 2사 주자 3루 LG 이주헌이 데뷔 첫 타석에서 좌익수 왼쪽 선취 1타점 2루타를 때리고 있다. 2024.09.26  / rumi@osen.co.kr

이주헌은 지난달 25일 잠실 한화전에서 9회초 포수로 출장해 수비만 뛰며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26일 잠실 키움전에 포수로 선발 출장해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치더니 이후 3타석 연속 안타를 때렸다. 4타수 3안타(2루타 2개) 2타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괜찮은 수비 실력으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백업 포수로 한 자리를 보장받았다. 
첫 선발 출장해 데뷔 첫 타석부터 3연타석 안타를 친 것은 이주헌이 역대 9번째 기록이다. 데뷔 연타석 안타 최다 기록은 4연속 안타다. 1982년 정구왕(삼성), 1993년 OB 김종성, 1997년 쌍방울 한익희가 데뷔 첫 타석부터 4연타석 안타를 기록했다. 이주헌은 2014년 SK 박계현 이후 10년 만에 데뷔 3연타석 안타 진기록을 수립했다.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주헌은 “프로에 와서 이전까지 (한 경기) 3안타는 한 번도 못 쳐본 것 같다. 고등학교 때도 정식 게임에서는 3안타 못 쳐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LG 포수 이주헌이 30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30 /orange@osen.co.kr
군대에서도 개인적으로 배팅 훈련을 하는 노력이 있었다. 이주헌은 “군대 가기 전에 타격 성적이 워낙 안 좋았다. 이대로 제대하면 쉽지 않겠다 생각해서 군대에서 틈나면 스윙을 돌리고 방망이를 최대한 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역 복무를 했지만, 군대 간부들의 허락을 받아 쉬는 시간에는 티배팅을 치고 개인 훈련을 열심히 했다. 이주헌은 “간부에게 말했더니 배트를 갖고 와서 하라고 하셨다. 배팅볼을 치기 위해 인터넷에서 파는 접이식 그물망을 사서 했다. 사병 중에 야구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랑 같이 배팅볼도 쳤다”고 설명했다.  
야구공은 눈물겨운 사연도 있었다. 이주헌은 “그 친구가 야구공을 몇 개 가져오기도 했고, 장교님이 야구를 좋아하셔서, 야구 선수라고 하니까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시고 잘해주셨다. 약간 농담식으로 야구공이 없다고 했더니, 당근마켓에서 헌 야구공을 사다주셔서 그걸로 많이 쳤다”고 말했다. 
LG 구단에 전화해서 야구공을 보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은 못했을까. 이주헌은 “제가 그 정도 깡은 없었어요”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LG은 최원태를 한화는 조동욱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9회초 LG 이주헌 포수가 데뷔 첫 출전해 사인을 받고 있다.  2024.09.25  / soul1014@osen.co.kr
2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진행됐다.이날 홈팀 LG는 에르난데스를, 키움은 김윤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5회초 1사 키움 송성문의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때 LG 이주헌이 태그를 하고 있다. 2024.09.26 / rumi@osen.co.kr
1군에 처음 왔을 때 베테랑 불펜 김진성의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이주헌은 “김진성 선배님이 스타팅으로 나가기 전에 불러서 ‘마음이 어떠냐’고 먼저 물어보시면서 ‘야구장에서 눈치 보기 시작하면 안 된다. 눈치 보지 말고 가서 놀아라’라고 말해주셨다. 또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 같냐’고 물어보면서 ‘자신감은 연습에서 나오는 거다. 네가 준비가 다 돼 있으면 자신있는 거고, 자신이 없는 거면 네가 연습이 잘 안 돼 있는 거다’라고 하셨는데 그 얘기가 되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연습이 잘 돼 있었냐고 묻자, 이주헌은 “잘 돼 있었던 것 같다. 2군에서도 9월이 되면서 계속 한 번 불러주면 바로 할 수 있게 계속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LG는 앞으로 올 시즌 1000이닝 넘게 출장한 주전 박동원의 백업할 포수가 필요하고, 박동원 이후의 미래 주전을 키워야 한다.
이주헌은 “올해 제대하고 단기적인 목표는 9월에 확대 엔트리 때 올라와서 거기서 잘해서 가을야구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그게 일단 이루어졌다. 내년 시즌은 백업 포수로 1군에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 경기씩 출전하면서 2군에 내려가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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