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레벨이 달랐다. 전북현대가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힘의 차이를 보여줬다.
전북현대는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를 4-1로 꺾었다.
이로써 전북은 ACL2 첫 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연승을 달렸다. 앞서 전북은 지난달 치렀던 세부FC(필리핀) 원정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6-0 대승을 거두고 돌아왔다.
전북은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티아고-진태호, 김창훈-이수빈-유제호-문선민, 박창우-김하준-구자룡-김태환, 김정훈이 선발로 나섰다.
무앙통은 3-4-3 포메이션을 택했다. 에밀 로바크-포라맷 아즈비라이-뿌라쳇 톳사닛, 존 패트릭 스트라우스-피차 아우트라-소라윗 판통-트리스탄 도, 알리 시소코-송웃 크라이쿠루안-자카판 프라이수완, 킷티퐁 푸타우추익이 먼저 출격했다.
김두현 감독은 예고했던 대로 B팀 위주로 라인업을 꾸렸다. 그는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세부전처럼 B팀 선수들을 기용할 계획이다.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출전한다. 또 최근 리그 스쿼드에 들었던 선수들도 일부 포함할 생각이다. 상황에 따라 활용하면서 결과를 내려 한다"라고 귀띔했다.
전북은 세부전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앞세워 골 폭죽을 쐈다. K리그1 생존이 우선인 만큼 주축 선수들 체력 안배에 집중하는 '이원화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전북은 1골 1도움을 올린 진태호(2006년생), 김창훈(2004년생), 박채준(2003년생) 등의 활약을 앞세워 결과까지 챙겼다.
김두현 감독은 세부보다 한 수 위인 무앙통을 상대로도 같은 선택을 내렸다. 티아고가 선발로 나서긴 했지만, 진태호와 김창훈·박채준·박창우(2003년생)·김하준(2002년생)·유제호(2000년생) 등 어린 선수들이 대거 기회를 받았다.
다만 무앙통은 확실히 세부와 달랐다. 무앙통은 적극적인 압박과 센스 있는 연계 플레이로 전북의 실수를 유도했고,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수문장 김정훈의 선방쇼와 상대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행운이 아니었다면 선제골을 내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전북은 공격 마무리에서도 아쉬움을 노출하며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전북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티아고, 유제호를 빼고 이영재, 박재용을 투입했고, 이후 4골을 퍼부으며 무앙통을 무너뜨렸다.
전반에는 아쉬웠던 베테랑 문선민과 김태환이 차이를 만들었다. 후반 5분 박재용이 수비를 등지고 공을 내줬고, 김태환이 그대로 박스 우측으로 파고든 뒤 크로스를 찍어 올렸다. 이를 문선민이 절묘한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0분엔 이영재가 아크 부근에서 정확한 왼발 감아차기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문선민과 김태환이 또 하나의 골을 합작했다. 후반 13분 역습 기회에서 김태환이 속도를 살려 박스 안까지 질주한 뒤 컷백 패스를 내줬다. 이를 문선민이 가볍게 밀어넣으며 멀티골을 터트렸다. 어시스트만 3개를 기록한 김태환이다.
여기에 '18살 준프로' 진태호까지 골 맛을 봤다. 그는 후반 38분 박스 우측에서 침착하게 한 번 접으며 수비를 따돌렸고,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주성에서 넣은 개인 첫 골이자 ACL2 무대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이로써 전북은 ACL2 두 경기에서 10골을 뽑아내는 화력을 자랑하며 또 대승을 완성했다.
원하던 결과를 얻은 전북과 김두현 감독이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활약해준 덕분에 승점 3점과 체력 안배 둘 다 잡아냈다. K리그1 생존 싸움에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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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