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두고 신드롬급 열풍만큼 다양한 의견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요리 경연프로그램의 새 장을 연 획기적인 예능이지만 공정성∙분량 몰아주기 논란, 출연자 악플, 호칭 논쟁 등 뜨거운 인기의 후폭풍 속 경연자로 참여한 최강록의 "NPC가 되진말자"란 말이 얼마나 적절하고 또 어려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NPC는 'Non-Player Character'의 줄임말로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정해진 시나리오 하에 움직이는 캐릭터로 플레이가 불가능하며 개발자에 의해 정해진 몇 가지 행동만 할 뿐이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면 병풍. '흑백요리사'에 경연자로 참여했다가 탈락한 '마스터셰프 코리아2' 우승자인 최강록은 각오를 묻자 "이 세트는 다 떠나고 철거된다. 마음을 비우고 정해진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어 "이 세트는 다 허구다. 그러니 NPC가 되지 말자"라고 덧붙인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 NPC. 하지만 '흑백요리사'에서는 모두의 리스펙을 받는 명장도, 글로벌 유명세를 지닌 거장도 NPC가 되지 않기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셰프 안유성 명장은 지난 1일 공개된 '흑백요리사' 8~10회의 팀전 레스토랑 미션에서 떠밀리듯 탈락자가 됐다. 최현석 팀에서 투표로 아웃돼 만찢남, 철가방과 한 팀을 이루게 됐는데 해당 팀은 인원도 다른 팀들보다 적어 불리했고, 실제 영업시간에는 메뉴의 빠른 순환이 되지 않았다. 여러 불리한 조건으로 시작된 미션이었지만 어드벤티지는 없었고, 결국 매출 최하위를 기록한 세 사람은 그대로 탈락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특히 안유성 셰프의 탈락 과정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는데 그는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흑백요리사' 촬영 중, 꼬박 이틀을 잠을 못 자고 새벽에 홀로나와 엄마사진 보면서 멘탈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음 추수릴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고백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물론 현장에서 그의 음식 텐동에 극찬의 반응도 존재했지만, 2라운드 팀전에서 신들린 칼 솜씨로 광어회를 손질하는 모습에 전율한 네티즌은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유성 셰프가 제작진이 만든 (불공정한) 게임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상황은 어땠을까란 상상과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안유성 셰프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식대첩2' 우승자 이영숙 셰프는 개인 요리가 (다행히)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명성에 비해 기량 발휘할 기회도 없었다는 평들이 존재했고, 방송 내내 거의 편집돼 무려 최종 8인에 포함됐음에도 누군지 모르겠다는 경연자들도 존재한다. 경연 예능 특성상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삼고초려 끝 출연을 결정한 이들에 대한 존중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몰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안유성 셰프는 방송을 통해 "명장 모셔다 놓고 너무 무례하다는 반응이 있다"란 말에 "젊은 층이 많이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룰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공정했다고 하기에는 고민이 많이 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 팀원들이나, 이런 분들의 문제는 전혀 없었고. 그 분들과 지금도 회식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출신, 지위 등이 아닌 오로지 '맛'으로만 최고의 셰프를 뽑겠다던 '흑백요리사'. 초반부터 공정한 미션과 심판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조미료가 첨가되는 스토리텔링 예능이란 정체성도 갖고 있기에 출연자를 다루는 데 있어 어려운 조율이 필요해해보인다. 더욱이 '흑백요리사'에서는 날고 기는 경연자들이라도, 다시 말하지만 NPC가 되지 않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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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