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도 금기시됐던 삼성-LG 앙숙 관계, 엇갈린 암흑기 끝에…22년 만에 PS 맞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10.13 09: 40

1990년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단골 매치였던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무려 22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만났다. 한때 앙숙 관계였던 두 팀이 모처럼 가을야구에 만나면서 과거 으르렁댔던 사건들이 회자되고 있다. 
요즘은 희미해졌지만 삼성과 LG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였다. 전통의 재계 라이벌로 야구판에서도 서로를 경쟁 상대로 삼았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KBO리그에 들어온 LG가 첫 해에 이어 1994년까지 두 번이나 우승하며 신바람을 일으켰다. ‘일등주의’를 추구하는 삼성은 그때까지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었다. 
몇 가지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있었다. 1997년 5월 3~5일 대구에서 열린 어린이날 시리즈 때 삼성이 무려 17홈런 49득점을 폭발하며 싹쓸이 승리를 거두자 LG 측에서 부정 배트 의혹을 제기했다. 검사 결과 부정 배트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서로 감정이 쌓였다. 이 사건의 연장선으로 같은 해 6월22일 대구 경기에선 백인천 삼성 감독이 조 알바레즈 LG 3루 베이스코치와 몸싸움을 하다 동반 퇴장당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삼성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3년 8월9일 대구구장에서 삼성 이승엽(왼쪽)과 LG 서승화가 주먹 다짐을 벌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1999년 12월에는 KBO리그 첫 FA 시장이 열렸는데 두 팀이 또 충돌했다. 당시 LG 포수 김동수가 삼성과 3년 8억원에 계약하며 FA 이적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삼성이 김동수와 사전 접촉했다는 의혹을 LG가 제기하면서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2003년 8월9일에도 대구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9회 빈볼 시비로 양 팀 선수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는데 벤치 클리어링 과정에서 삼성 ‘국민 타자’ 이승엽과 LG 투수 서승화와 주먹을 주고받는 난투극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두 선수 모두 퇴장을 당했고, 2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이승엽의 야구 인생 첫 퇴장과 징계로 남아있다. 
2004년 5월14일 잠실 경기에서도 LG 투수 서승화가 8회 삼성 타자 김재걸에게 2구째 몸쪽 위협구를 던져 심판에게 주의를 받았지만 3구째 바로 머리 쪽으로 던져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서승화의 사구가 고의라고 판단한 KBO는 그에게 10경기 출장정지와 2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1997년 5월 LG 천보성 감독(오른쪽)이 삼성에 부정 배트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4년 5월14일 잠실 경기에서 삼성 김재걸(가운데)이 LG 서승화의 빈볼에 화를 내고 있다. LG 포수 조인성(오른쪽)이 말리는 가운데 류중일 삼성 3루 베이스코치가 뛰어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워낙 라이벌 관계가 깊다 보니 무려 22년간 양 팀간 트레이드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12월14일 삼성이 투수 김효남, 포수 현재윤, 내야수 손주인을 LG에 넘기며 투수 노진용, 내야수 김태완, 정병곤을 받는 3대3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MBC가 LG로 바뀐 뒤 양 팀간 최초의 트레이드로 화제가 됐다. 
22년간 이어진 금기가 깨지면서 양 팀의 앙숙 관계도 해빙기를 맞이했다. 2011~2014년 KBO리그 최초 통합 우승 4연패를 이끌었던 ‘삼성의 적통’ 류중일 감독이 2017년 시즌 후 LG 감독으로 취임했다. LG의 영구 결번 레전드 이병규 코치는 지난해부터 삼성에서 수석코치, 2군 감독을 지내고 있다. 지난해 시즌 후 삼성에 취임한 이종열 단장도 선수 시절 LG 원클럽맨이었다.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희미해진 것은 서로 암흑기가 엇갈린 영향도 있다. LG는 2003~2012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그 사이 삼성이 4번이나 우승했다. LG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변모했지만 반대로 삼성이 2015~2023년 9년간 가을야구 한 번으로 암흑기를 보냈다. 
LG 시절 류중일 감독. 2018.06.09  /dreamer@osen.co.kr
삼성 이병규 퓨처스 감독. 2024.06.13 / foto0307@osen.co.kr
1990년대 삼성과 LG는 포스트시즌 단골 매치였다. 1990년 한국시리즈(KS)에서 LG가 4전 전승으로 삼성을 제압하며 창단 첫 우승을 했다. 1993년 PO에선 삼성이 LG를 5차전 접전 끝에 3승2패로 제치고 KS에 진출했다. 
1997~1998년에는 2년 연속 PO에서 맞붙었다. 1997년 3승2패, 1998년 3승1패로 2년 연속 LG가 삼성을 꺾고 KS에 올랐다. 이어 2002년 KS가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대결이었는데 삼성이 4승2패로 LG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창단 첫 KS 우승으로 당시 6차전에서 9회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 홈런에 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며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KS 사상 첫 끝내기 홈런. 
그로부터 22년 만이자 역대 6번째로 삼성과 LG의 가을야구 맞대결이 성사됐다. 준PO에서 KT를 3승2패로 따돌리고 올라온 LG가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한 삼성에 도전하는 형국이지만 양 팀간 전력 차이는 크지 않다.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할 게 없다. 13일 대구에서 열리는 PO 1차전의 중요성이 크다. 삼성은 데니 레예스, LG는 최원태가 1차전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클리닝타임 때 프로야구 최초 2천238경기 출장 기록을 쓴 삼성 강민호(왼쪽에서 두 번째)가 기념행사를 마치고 삼성 구자욱, LG 김현수, 오지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3.28 /sunday@osen.co.kr
LG 박해민과 삼성 김지찬이 2루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8.01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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