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재 없이 이 정도...'역시 우승후보' 단단한 DB 산성, 올 시즌도 높다[오!쎈 제천]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10.14 06: 50

강상재(30)가 없어도 강했다. 원주 DB가 우월한 높이를 자랑하며 컵대회 챔피언이 됐다.
원주 DB는 13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DB손해보험 KBL 컵대회 in 제천 결승전에서 수원 KT를 77-67로 제압하고 챔피언이 됐다.
이로써 DB는 처음으로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3년 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KT는 2022년 이후 컵대회 두 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DB에 막히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동시에 DB는 컵대회 최초로 조별리그에서 패배하고도 우승한 팀이 됐다. DB는 조별리그에서 서울 SK와 두 차례 맞붙어 1차전 107-81 승리, 2차전 75-84 패배를 기록하며 1승 1패로 4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DB는 4강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81-75로 격파하며 결승 무대를 밟았다.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홀로 28점을 몰아친 숀 롱의 현대모비스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DB는 결승에서도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누르고 올라온 KT를 잡아내며 왕좌에 앉았다.
치나누 오누아쿠와 김종규의 높이가 빛났다. 물론 이선 알바노와 이관희도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알바노는 13점 10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이관희도 3점슛 5방을 포함해 19점을 몰아쳤다.
그러나 오누아쿠와 김종규가 골밑을 지배한 게 승부에 결정적이었다. 오누아쿠는 초반부터 레이션 해먼즈와 힘싸움에서 승리하며 반칙을 유도했고, 내외곽에서 점수를 쌓았다. 그는 26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숀 롱을 상대로 고전했던 4강 울산 현대모비스전과는 180° 달랐다.
김종규도 제 몫을 해냈다. 그는 하윤기와 국내 센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13점 10리바운드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김종규는 2쿼터 오누아쿠가 잠잠할 때 정확도 높은 슈팅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KT 쪽으로 내주지 않았다. 
골밑이 밀린 KT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2년 차 문정현이 20점으로 맹활약했으나 해먼즈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반칙을 두 개나 적립하며 10분 43초 동안 6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제레미아 틸먼도 8점에 묶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DB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강상재와 김종규를 둘 다 붙잡으며 DB 산성의 뼈대를 이어갔다. 여기에 오누아쿠가 새로 가세하며 트리플 타워를 꾸렸다.
새로운 DB 산성의 위력은 컵대회에서부터 증명됐다. 비록 강상재가 허리 통증으로 빠졌지만, 오누아쿠와 김종규는 대회 내내 골밑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DB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김종규도 "오누아쿠가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됐다. 노련해졌다. 더 맞춰봐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궁합적으로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족을 표했다.
강상재까지 돌아온다면 더욱더 높아질 DB 산성. 김주성 감독도 우승 후 "골밑에서 오누아쿠와 김종규가 유기적인 디펜스를 잘해주고 있다. 강상재까지 합류해 외곽 플레이, 안으로 들어가는 로테이션을 더해준다면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DB가 이번에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제패하고도 챔피언이 되지 못했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는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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