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km, 소름 돋는 3구삼진...불펜에서 멱살 잡혀 나온 투수, '웃음과 전율' 선사 [PO]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10.15 11: 45

“친구들한테 연락이 많이 오더라구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우완 투수 김윤수(25)는 지난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최고 화제의 선수가 됐다. 경기 후 그와 관련한 영상들이 SNS에 쏟아지면서 큰 웃음과 감탄을 동시에 선사했다. 
웃음을 선사한 장면은 7회초 마운드에 오르기 전이었다. LG가 3점을 내며 4-7로 따라붙은 7회초 2사 1,2루 위기. LG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 타석에 삼성은 좌완 이승현을 내리면서 김윤수를 투입했다. 그런데 투수 교체 전달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김윤수는 외야 불펜에서 바로 마운드로 향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 김윤수가 7회초 2사 만루 LG 트윈스 오스틴을 삼진으로 잡고 포효하고 있다. 2024.10.13 / foto0307@osen.co.kr

8회초 삼성 김윤수가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4.10.13 / ksl0919@osen.co.kr

불펜 앞에 나온 베테랑 투수 김태훈이 3루 덕아웃과 신호를 주고받더니 갑자기 김윤수의 멱살을 잡고 나왔다. 얼굴을 먼저 빼꼼 내민 김윤수가 오른손을 들어서 자신의 등판 차례임을 재확인한 뒤 마운드로 뛰어갔다. 심각한 표정으로 멱살을 잡은 김태훈과 아무렇지 않게 멱살을 잡혀 나온 김윤수의 모습이 대비돼 큰 웃음을 안겼다. 
14일 2차전이 우천 취소되기 전 취재진을 만난 김윤수는 “그게 지금 화제가 돼서 친구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다”며 웃은 뒤 “주변이 시끄러워서 전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화제가 됐더라”며 “불펜에서 (정상적으로) 몸은 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대구 ‘라팍’에서 열린 가을야구로 그 어느 때보다 삼성팬들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LG의 추격으로 경기장 전체가 들썩이면서 덕아웃과 불펜 사이 유선 전화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등판 자체만으로도 큰 웃음을 안긴 김윤수.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팬들에겐 짜릿한 전율까지 선사했다. LG 강타자 오스틴을 상대로 초구부터 한가운데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2구째 커브가 ABS존 상단에 걸치면서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이어 3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LG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결정적인 3구 삼진. 비록 8회 김윤수는 첫 타자 김현수에게 2구 만에 몸에 맞는 볼을 던져 교체됐지만 홀드를 챙겼다. 삼성도 LG 추격을 따돌리며 10-4로 승리, 1차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윤수가 역투하고 있다. 2024.10.13 / foto0307@osen.co.kr
7회초 2사 1, 2루 LG 오스틴이 삼성 김윤수에게 3구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4.10.13 / ksl0919@osen.co.kr
김윤수는 “감독님, 코치님께서 막으라고 올려주셨는데 다행히 보답해드린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2구째 변화구가 운 좋게 존에 걸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올 시즌 처음으로 중요한 경기에 올라가 긴장이 많이 되긴 했다. 그래도 잘 막아냈고, 오랜만에 짜릿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중요한 상황에 나가 그런 짜릿한 느낌을 계속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김윤수는 150km대 강속구를 뿌렸다.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 처리할 때 던진 직구는 전광판에 시속 155km로 표기됐다. 그가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라팍’ 관중들의 탄성이 나왔다. 김윤수도 “우와, 우와 하시는 팬들의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해주시니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원래 세리머니 안하는데 중요한 경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돌아봤다. 
북일고 출신 우완 강속구 투수 김윤수는 2018년 2차 6라운드 전체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2020년 61경기(58이닝) 3승5패12홀드 평균자책점 4.66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2022년 시즌 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갔고, 지난 6월 전역 당시 삼성의 새로운 핵심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군에서 4경기 평균자책점 10.13으로 흔들렸다. 5⅓이닝 동안 볼넷 7개로 제구가 흔들렸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조정을 거쳐 시즌 막판 1군에 복귀했고, PO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김윤수는 “처음 제대하고 왔을 때는 긴장이 많이 됐고, 밸런스도 흐트러져 잘 못 잡았다. 지금은 긴장감이 없어졌고, 컨디션도 잘 올라왔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갈지 몰랐는데 운 좋게도 발탁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내가 해야 할 것만 잘 준비하면 어제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7회초 2사 1, 2루 삼성 투수 김윤수가 LG 오스틴을 삼진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10.13 / ksl0919@osen.co.kr
삼성 김윤수. 2024.10.13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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