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축구 암흑의 날, 투헬은 필요없다"...'축구종가' 잉글랜드, 라이벌 독일 감독 선임에 긁혔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10.17 09: 53

토마스 투헬 감독의 잉글랜드 대표팀 부임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독일 출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축구 암흑의 날이다. 이제 감독직이 독일인에게 넘어갔다. 투헬에게 증명할 시간은 18개월뿐"이라며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는 사실을 맹비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투헬이 잉글랜드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됐다.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 파리 생제르맹 등을 이끌었던 감독이 삼사자 군단의 새로운 감독이 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FA는 "투헬이 잉글랜드로 돌아온다. 그는 과거 첼시를 유럽 챔피언과 세계 챔피언으로 이끌며 트로피를 가득 채웠고, 활약을 인정받아 2021년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또한 투헬은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엘리트 수준의 활약을 펼쳤다"라고 설명했다.
계약 기간은 1년 6개월로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FA는 "투헬이 합류하면서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광범위한 감독 찾기가 마무리된다. 여러 후보자를 인터뷰한 끝에 18개월 계약을 체결한 투헬이 가장 선호하는 감독으로 확인됐다"라며 "투헬은 캐나다, 멕시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2026 월드컵의 예선 절차를 앞두고 2025년 1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투헬 감독은 첼시와 바이에른에서 함께했던 앤서니 배리 수석코치와 다시 뭉치게 됐다. 배리 수석코치는 리버풀 출신으로 2022 월드컵과 UEFA 유로 2024에서 각각 벨기에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을 떠난 뒤 약 4개월 만에 새 직장을 찾은 투헬 감독. 그는 "잉글랜드를 이끌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 오랫동안 이 나라에서 축구 경기에 대한 개인적인 유대감을 느껴왔고, 이미 놀라운 순간을 맞이했다. 잉글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기회는 큰 특권이다. 이렇게 특별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또한 투헬 감독은 "앤서니 코치와 긴밀히 협력해 잉글랜드를 성공으로 이끌고 팬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FA, 특히 마크 불링엄 CEO와 존 맥더못 테크니컬 디렉터의 신뢰에 감사드린다. 함께 여정을 시작하길 고대하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불링엄 CEO 역시 "세계 최고 수준 코치인 투헬과 그를 지원할 최고의 잉글랜드 코치 배리를 영입하게 돼 매우 기쁘다. 선임 절차는 매우 철저했다"라며 "우리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코칭 팀을 꾸리고 싶었다. 그들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투헬과 팀은 2026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환영했다.
다만 영국 내에서는 투헬 감독 선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자리에 최대 라이벌인 독일 국적의 감독을 데려왔기 때문. 영국 'BBC'는 "많은 이들은 투헬을 임명한 FA의 결정을 자국 감독 인재에 대한 모욕이자 정상에 오르는 과정의 배신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전통의 라이벌인 독일 출신 감독을 임명한 것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물론 실력만 보면 투헬 감독 선임에 반대하긴 어렵다. 현실적으로 그보다 능력이 뛰어난 감독을 데려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BBC도 "FA가 성공적인 전력을 입증한 엘리트 감독 중 한 명을 영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FA는 어느 정도 정당화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독을 선임했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짚었다.
'더 선'은 "투헬은 전형적인 잉글랜드 감독이 되기 위한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다. 바로 전술적 숙련도와 추진력, 에너지, 경험, 복잡한 연애 생활. 잉글랜드 축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폭발적이고 역동적이며 카리스마 넘치고 키가 크고 마른 감독이 다시 돌아온 걸 따뜻하게 환영해야 한다"라며 반겼다.
'인디펜던트'도 "독일인 투헬은 정교한 현대 전술과 경쟁적 실용주의를 결합할 수 있으며 첼시 시절 함께했던 많은 선수들과 잘 알고 있다. 그는 주장 해리 케인과도 바이에른에서 함께하며 친밀한 우정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데일리 메일의 생각은 달랐다. 매체는 "국가대표 축구는 그들의 최고에 맞선 우리의 최고가 돼야 한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모두의 입맛에 맞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의 정체성과 선수들, 우리 모두에게 믿을 만한 이유를 제시했다"라며 "사우스게이트는 현역 시절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매일 그 힘과 자부심을 불어넣었다. 그는 우리의 일원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잉글랜드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의 피를 이은 자국인이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 데일리 메일은 "이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하려고 당황한 표정으로 머리 없는 닭처럼 뛰어다녔던 독일인 투헬이 있다. 리 카슬리 임시 감독은 분명히 적임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최선인가? 스벤고란 에릭손과 파비오 카펠로의 '돈벌이'에서 배운 사람은 아무도 없나?"라고 비꼬았다.
심지어 매체는 "잉글랜드 감독 시스템에 얼마나 모욕적이고 무지하며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근시안적인가? 오늘은 잉글랜드 축구에 어두운 날이다. 우리는 세계 축구의 웃음거리"라고 분노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자존심과 국수주의다. 제프 파월 기자는 "잉글랜드 대표팀은 장비 담당자까지도 영국인이어야 한다. 우리는 투헬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 나라를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생각할 애국자가 필요하다"라고 대놓고 외국인을 배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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