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48) 베트남대표팀 감독이 ‘박항서 신화’를 이어간다.
김상식 감독은 지난 5월 베트남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전임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부진에 빠지자 베트남축구협회가 다시 한 번 한국지도자에게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박항서 신화’를 이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희망을 동시에 안게 됐다.
김상식 감독은 6월 6일 필리핀과 월드컵 예선 데뷔전을 3-2 승리로 장식했다. 이후 베트남은 이라크(1-3패), 러시아(0-3패), 태국(1-2패)에 3연패를 당했다. 베트남은 지난 12일 인도와 친선전도 1-1로 이기지 못했다.
메인이벤트는 12월에 열리는 동남아세안컵(스즈키컵)이다. 동남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대회서 박항서 감독이 버틴 베트남은 우승컵을 차지했다. 김상식 감독이 홈팬들의 여론을 등에 업으려면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
베트남은 아세안컵에서 라오스,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와 한 조에 속했다. 신태용 감독과 한국지도자 맞대결도 예정돼 있다.
김상식 감독은 29일 오전 베트남 매체 ‘투오이트레 온라인’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대표팀 부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 생활에 적응했냐는 질문에 “한국인이 많고 다른 서비스도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는 걸 느꼈. 특히 쌀국수를 좋아한다. 베트남 음식은 한국 음식과 같이 맵고 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들은 한국에 있지만 몇 달 전에 하노이에 놀러 왔다. 하노이에 한인커뮤니티가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아세안컵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아세안컵을 준비하기 위해 베트남축구협회와 상대의 최신 영상을 분석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같은 팀의 준비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11월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가서 친선경기를 관람하며 더 철저한 분석을 하겠다. 베트남대표팀을 한국전지훈련에 데려가 K리그 클럽들과 친선전도 펼칠 예정”이라 자신했다.
아무래도 베트남 선수들은 신체조건이 약하다는 평가다. 김상식 감독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팀의 한계를 명확히 느끼고 있다. 현재 베트남 대표팀은 젊은 선수와 나이 많은 선수 사이의 격차가 크다. 체력은 좋지만 V리그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 노장들은 체력이 떨어진다. 젊은 선수들이 V리그나 1부 리그 같은 국내 토너먼트에 더 많은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팬들은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을 아세안컵 결승에 올려놓길 바라고 있다. 김 감독은 “베트남 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팀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격려는 언제나 저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다가오는 한국 전지훈련은 팀이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전에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는 베트남 대표팀을 2024년 아세안컵 결승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완수할 자신이 있다”고 약속했다.
2021년 전북에서 K리그1 우승을 달성한 뒤 춤을 췄던 모습도 베트남에서 화제다. 베트남을 우승시키고 난 뒤 김 감독의 댄스가 보고싶다는 것. 김 감독은 “만약 팀이 아세안컵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그때 췄던 춤을 다시 추겠다. 실현되기를 정말 기대한다”면서 댄스를 준비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베트남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