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퓨처스리그에서 뛰었지만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떠났다. 제2의 정근우를 꿈꿨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1일 투수 오세훈(25), 신지후(23), 조은(23), 송성훈(20), 내야수 김민기(25)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지난달 2일 투수 이승관(25), 이정훈(24), 포수 이재용(25), 외야수 김선동(24)을 방출한 데 이어 추가로 선수단 정리 작업을 단행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계약금 2억2000만원을 받고 입단한 198cm 장신 우완 투수 신지후에게 포커스가 쏠렸다. 북일고 시절 최고 시속 153km까지 던진 신지후는 2021년 2경기(⅓이닝) 등판이 1군 성적의 전부. 큰 키로 인해 투구 밸런스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제구 난조를 극복하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선 3시즌 통산 26경기 8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8.57에 그쳤다. 55⅔이닝 동안 볼넷 58개로 제구가 흔들렸다.
한화의 1차 지명 잔혹사가 반복된 가운데 7년간 퓨처스리그에서 묵묵히 노력한 김민기도 방출도 아쉽게 됐다. 덕수고 출신 우투우타 내야수 김민기는 2018년 2차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높은 순번은 아니었지만 175cm 작은 키에도 야무진 타격 솜씨와 근성으로 기대받았다. 172cm 작은 키로 KBO 역대 최고 2루수가 된 정근우가 그의 롤모델이었다.
입단 초에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2022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22년 44경기 타율 3할2푼7리(107타수 35안타) 1홈런 19타점 OPS .842로 타격 재능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는 68경기 타율 3할2푼5리(206타수 67안타) 3홈런 33타점 OPS .841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퓨처스 북부리그 타율과 출루율(.419) 모두 2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2년 연속 퓨처스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1군의 부름이 없었다. 주 포지션이 2루수라서 1군에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2022년까지 한화 2루는 동기 정은원이 꽉 쥐고 있었다. 지난해 정은원이 부진하자 문현빈이란 걸출한 신인이 2루에 등장했다. 1군에 콜업될 만한 상황은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부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민기의 성실함을 잘 아는 한화 관계자들도 아쉬워하곤 했다.
상황은 김민기에게 안 좋게 흘러갔다. 올해 한화 2루는 그야말로 자리가 차고 넘쳤다. 골든글러브 3회 수상자인 FA 안치홍과 즉시 전력 신인 황영묵이 들어오면서 2루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 정은원도 외야로 나갈 정도였다. 2군에 있던 김민기는 2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로 출장 비율 늘리며 1군 진입을 노렸지만 쉽지 않았다.
올해 퓨처스리그 91경기 타율 2할6푼1리(234타수 61안타) 1홈런 28타점 OPS .656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 시즌 후에는 배승수, 이지성, 이승현 등 신인들이 합류하면서 한화의 내야가 더 크게 북적였다. 김민기도 지난달까지 대전에서 훈련했지만 내야 교통 정리 필요한 상황에서 결국 방출됐다.
김민기의 퓨처스리그 6시즌 통산 성적은 251경기 타율 2할7푼9리(685타수 191안타) 6홈런 90타점 113득점 98볼넷 113삼진 17도루 OPS .722. 비록 1군 데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7년을 한 팀에서 버텼고, 퓨처스 주장을 맡을 정도로 팀 내에선 성실함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최근 3년 연속 북부리그를 우승한 한화 퓨처스 팀의 좋은 분위기를 만든 주역 중 하나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