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의 문이 열린다. 타자 최대어 최정이 100억원 이상 대형 계약을 예약한 가운데 투수 최고액 계약은 누가, 얼마를 받을지 주목된다.
KBO는 2일 2025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총 30명으로 FA 등급별로는 A등급 3명, B등급 15명, C등급 12명으로 분류됐다. 신규 FA 선수가 13명, 재자격 선수가 9명, 자격 유지 선수가 8명이다. 구단별로는 KT가 5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NC 4명, KIA·두산·SSG·롯데·한화·키움이 각각 3명, 삼성 2명, LG 1명이다.
KIA 투수 임기영(33), 장현식(29), 내야수 서건창(35), 삼성 내야수 류지혁(30), 외야수 김헌곤(36), LG 투수 최원태(27), 두산 투수 김강률(36), 내야수 김재호(39), 허경민(34), KT 투수 엄상백(28), 우규민(39), 내야수 박경수(40), 심우준(29), 오재일(38), SSG 투수 노경은(40), 서진용(32), 내야수 최정(37), 롯데 투수 구승민(34), 김원중(31), 진해수(38), 한화 포수 이재원(36), 내야수 하주석(30), 외야수 김강민(42), NC 투수 심창민(31), 이용찬(35), 임정호(34), 외야수 김성욱(31), 키움 투수 문성현(33), 내야수 최주환(36), 외야수 이용규(39)가 자격을 얻었다. 이 중 박경수와 김강민은 시즌 후 은퇴했고, 심창민은 NC에서 방출됐다. 실질적으로 자격을 신청할 선수는 최대 27명이다.
2025년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오는 4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KBO는 신청 마감 다음날인 5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FA 승인 선수는 공시 다음날인 6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해 모든 구단과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
‘최대어’ 선수는 C등급으로 분류된 ‘KBO 홈런왕(495개)’ 최정이다. 내년이면 38세가 되는 베테랑 선수이지만 여전히 실력이 건재하다. 올 시즌 129경기 타율 2할9푼1리(468타수 136안타) 37홈런 107타점 OPS .978로 리그 최정상급 타격 생산력을 보여줬다.
2014년 11월 첫 FA 때 4년 86억원으로 당시 기준 최고액에 계약하며 SK에 잔류한 최정은 2018년 12월 두 번째 FA 때도 6년 106억원에 재계약했다. 2005년 데뷔 후 20년 통산 2293경기 모두 SK-SSG 한 팀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로 다른 팀 이적을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C등급 FA라는 점에서 시장 수요가 높다. 올해 최정의 연봉 10억원의 150%인 15억원을 SSG에 보상하면 된다. 이에 SSG도 최정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최정 측과 다년 계약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100억원 이상 계약 규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재현 SSG 단장도 “이런 선수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다. FA가 된다고 해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고 재계약 의지를 드러냈다.
최정의 SSG 잔류에 무게가 기울고 있는 가운데 그 다음 대형 계약을 따낼 선수가 누구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FA는 타자보다 투수 쪽에 매물이 많이 나와 연쇄 이동 가능성이 있다.
선발투수로는 최원태와 엄상백이 가장 눈길을 끈다.
27세의 나이에 FA가 된 최원태는 2003년 시즌 후 당시 26세에 FA로 풀린 외야수 정수근 다음으로 어린 나이에 FA가 됐다. 투수 중에선 역대 최연소로 9시즌 통산 217경기(204선발·1134⅓이닝) 75승58패 평균자책점 4.36 탈삼진 818개를 기록했다. 커리어는 가장 좋지만 최근 2년간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 24경기(126⅔이닝) 9승7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주춤했고, 가을야구에 부진하면서 시장 가치가 떨어졌다. A등급으로 보상 규모가 크다는 점도 다른 팀에 부담스러운 요소다.
최원태보다 엄상백이 더 높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원태보다 1살 많은 엄상백은 B등급으로 최원태보다 보상 규모가 작다. 9시즌 통산 성적은 305경기(107선발·764⅓이닝) 45승44패3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 4.82로 최원태보다 떨어지지만 최근 3년간 82경기(70선발·408⅔이닝) 31승18패 평균자책점 3.88 탈삼진 387개로 좋다. 올해는 첫 규정이닝 시즌을 보내며 29경기(156⅔이닝)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 탈삼진 159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높지만 WHIP(1.31)는 최원태(1.44)보다 좋았다.
타고투저로 경기 후반 투수력이 중요한 KBO리그 특성상 불펜의 가치도 높아졌다. 이번 FA 시장에는 마무리 김원중을 비롯해 장현식, 서진용, 구승민 등 경험 풍부한 불펜투수들도 많다.
김원중은 10시즌 통산 318경기(73선발·675이닝) 39승49패13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5.08 탈삼진 63개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마무리로 변신한 뒤 롯데 구단 통산 최다 세이브를 쌓았지만 올해 성적이 아쉽다. 56경기(63⅓이닝) 3승6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5 탈삼진 68개로 표면적인 성적은 괜찮지만 블론세이브 6개 포함 승부처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게 아쉽다. 그래도 검증된 불펜투수라는 점에서 시장 수요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IA 통합 우승에 기여한 장현식도 주목할 만한 불펜 자원이다. 11시즌 통산 437경기(30선발·592이닝) 32승36패7세이브91홀드 평균자책점 4.19 탈삼진 502개를 기록했다. 2021년 홀드왕(34개)에 오른 장현식은 올해 75경기(75⅓이닝) 5승4패16홀드 평균자책점 3.94 탈삼진 75개로 활약했다. 구위형 투수로 4년 연속 50이닝 이상 던질 만큼 내구성도 검증됐다.
지난해 세이브 1위(42개)에 오르며 통산 88세이브를 거둔 마무리였던 서진용은 올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51경기(47이닝) 1패6홀드 평균자책점 5.55에 그쳤다. 2020~2023년 4년 연속 20홀드를 거두며 꾸준함을 보인 중간투수 구승민도 올해 66경기(57⅔이닝) 5승3패13홀드 평균자책점 4.84 탈삼진 62개로 고전했다. 두 선수 모두 FA 신청을 놓고 이틀 동안 장고를 거듭해야 할 상황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