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께 유도복을 수의로 입혀드렸어요". '사랑이 아빠'로만 기억하면 오산이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 그는 한국과 일본 사이 정체성을 고민했던 '유도인'이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예능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약칭 ‘강연자들’)에서는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라는 주제로 추성훈과 설민석이 나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도전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추성훈은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교포로 성장하며 겪었던 차별과 갈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어린 시절부터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한 그는, 특히 중학교 때 친구와의 다툼에 선생님에게 “일본 사람 때리지 마라”는 차별적 발언과 함께 폭행을 당했던 충격적인 사건을 고백하며 당시의 깊은 상처를 전했다.
이 사건은 그에게 재일교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이어 그는 한국에서 유도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편파 판정과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에 좌절한 그는 일본으로 귀화를 결심하며 새로운 길을 걸었지만, 일본에서는 ‘조센징’, 한국에서는 ‘매국노’라는 양국의 비난과 함께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추성훈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유도복을 수의로 입혀드렸다고 밝히며 “아버지 덕분에 바른길을 갈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해, 청중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추성훈은 “어디에서 태어났든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을 믿고 앞으로도 끝없이 도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전했다.
실제 추성훈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유도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종합격투기 선수로서도 이름을 알렸고, 한국에서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딸 추사랑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사랑이 아빠'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강인한 운동선수이자 동시에 다정한 아빠로서 존재감 외에도 '유도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바. '강연자들'에서 그의 진심 어린 고백이 남다른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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