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을 조기 교체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선택이 칭찬받고 있다.
영국 '풋볼 런던'은 4일(이하 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의 결정이 정확히 옳았음이 증명됐다. 손흥민이 어시스트를 올리고 교체되면서 벤치에서 보호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이 침착하게 맡은 일을 해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체는 "히샬리송의 부상은 주장 손흥민의 복귀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했을 뿐이다. 손흥민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많은 시간을 소화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스톤 빌라전 후반 11분 손흥민을 불러들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토트넘은 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10라운드에서 빌라를 상대로 4-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잠재적인 4위 싸움 경쟁자인 빌라를 무너뜨리며 7위까지 올라섰다.
손흥민이 부상을 떨치고 4경기 만에 복귀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데얀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과 함께 공격 2선을 꾸렸다. 최전방 원톱은 도미닉 솔란케가 맡았다. 다만 토트넘은 빌라의 단단한 수비에 막혀 고전했고, 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모건 로저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손흥민이 차이를 만들었다. 그는 후반 4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수비를 떨쳐내고 골문 앞으로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존슨이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3호 도움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까지였다. 후반 11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허벅지 부상에서 복귀한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히샬리송을 투입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임무를 마친 손흥민이다.
모두를 당황케 한 교체였다. 손흥민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교체되는 선수가 자신이 맞는지 확인했고, 벤치에서도 굳은 표정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PL 공식 계정도 당황한 얼굴의 손흥민 사진을 게시하며 "손흥민은 토트넘이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자신의 이름이 불릴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 역시 "포스테코글루는 빌라와 경기에서 60분도 안 돼서 손흥민을 교체했다. 그러자 손흥민은 벤치에 앉아 충격에 빠졌다"라고 주목했다. 'BBC' 또한 "손흥민은 존슨의 동점골을 도운 뒤 포스테코글루에 의해 교체돼 나갔다. 그는 분명히 행복하지 않다! 올바른 결정이었을까?"라며 의심하는 표정의 이모지를 올렸다. 팬들도 댓글로 갑론을박을 펼쳤다.
일단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상 예방 차원에서 계획된 교체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손흥민은 분명히 부상을 입었다가 돌아왔고, 지난 경기에서는 60분경에 피로를 느꼈다. 그 때문에 오늘은 그 이상 뛰지 않을 예정이었다. 따라서 그는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 55분에서 60분 이상 소화하지 않을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좋은 점은 손흥민이 교체되기 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엄청난 크로스로 우리의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코 그 이상 플레이하지 않을 예정이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손흥민에게는 깜짝 교체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실망스러운 반응 이야기가 나오자 "아니다. 손흥민에게서 어떤 다른 점도 보지 못했다. 교체되는 걸 좋아하고 기분이 괜찮은 선수가 있다면 놀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과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전반적인 상황이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결과적으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후반 30분 솔란케가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터트렸고, 후반 34분엔 솔란케가 히샬리송의 어시스트로 멀티골을 뽑아냈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제임스 매디슨이 기습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었다.
풋볼 런던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매체는 "손흥민은 후반전 존슨의 동점골을 도우며 살아났다. 이후 몇 차례 날쌘 움직임으로 상대를 따돌리며 다시 홈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그러나 도움을 올린 지 6분 만에 갑자기 교체됐다. 손흥민은 교체되는지 깨닫지 못했고,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교체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결국 손흥민이 벤치에 앉았을 때 그는 완전히 허탈해 보였다. 몇 번이나 허공에다 대고 말을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라면서도 "포스테코글루는 경기 후 웨스트햄전에서 일어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장을 빼주는 게 자기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그가 사이드라인에서 보호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맡은 바를 해내면서 포스테코글루의 결정이 정확히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도 퇴근길에서는 감정이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풋볼 런던은 "경기가 끝날 무렵 손흥민의 실망감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토트넘 선수들이 대승을 거두고 경기장 내부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그는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내밀어 보였다"라며 "클럽 주장인 손흥민은 팀 윤리에 관심이 많다. 비록 그 순간엔 감정을 드러냈으나 곧 포스테코글루가 자신과 토트넘, 더 큰 그림을 위해 내린 올바른 결정임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도 같은 생각이었다. 매체는 "더 큰 그림이 있다. 바로 부상들과 전술적 뎁스"라며 "포스테코글루는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손흥민 등 주요 선수들의 체력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꽉 찬 일정과 부상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힘든 경기들에 대비해 선수단 에너지를 보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긴 시즌이 될 것이다. 4위 이상으로 시즌을 마치거나 트로피를 노리려면 모든 선수단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카이 스포츠, PL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