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가 발롱도르를 못 받은 게 아직도 억울한 모양새다. 이번엔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수상자 로드리(28, 맨체스터 시티)에게 무례를 범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5일(이하 한국시간) "안첼로티는 비니시우스가 2024년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건에 분노하고 있고, 로드리를 저격했다. 그는 로드리와 발롱도르 관계자들을 또 한 번 공격했다. 팬들은 안첼로티가 무례하다고 비판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안첼로티 감독은 공개 석상에서 발롱도르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누군가를 축하한다. 하지만 그건 과거다. 우리는 이미 6월 1일에 발롱도르를 받았다. 우리의 발롱도르는 런던에서 우승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였다"라고 말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비니시우스의 상태도 전했다. 그는 "비니시우스도 우리처럼 슬프다. 하지만 발롱도르 때문이 아니다. 발렌시아의 상황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발렌시아는 최근 대홍수가 발생해 고통받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와 리그 경기도 개최되지 못하고 연기됐다.
이어 안첼로티 감독은 "정상적인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힘든 한 주였다. 발롱도르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게 끝"이라며 "(비니시우스는) 정상이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토요일엔 경기를 치르지 않았고, 비니시우스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잘 소화했다"라고 덧붙였다.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 불발의 여파다.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틀레 극장에서 2024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었다. 발롱도르는 직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트로피다.
수상자는 로드리였다. 그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고 50경기에 나서서 9골 14도움을 기록했고, 맨시티 중원을 이끌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증명했다. 맨시티는 로드리의 활약에 힘입어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PL) 4연패라는 대기록을 썼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여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서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중원을 휩쓸며 스페인 대표팀을 정상으로 안내했다. 로드리는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이르게 교체됐지만,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 결과 로드리는 생애 첫 발롱도르까지 손에 넣으며 꿈을 이뤘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상태인 그는 목발을 짚고 시상식에 나타났고, '라이베리아 축구 전설'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로드리는 최초의 1990년대생 발롱도르 수상자로 등극하면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였던 비니시우스는 2위에 그쳤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 26경기에서 15골 6도움을 올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0경기 6골 5도움을 터트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이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비니시우스는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소문도 등장했다. 각종 베팅 업체들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내다봤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발롱도르 트로피를 로드리에게 내줬다.
비니시우스는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와 달리 시상식에 아예 불참했다. 비니시우스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전체가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주드 벨링엄, 킬리엄 음바페, 다니 카르바할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AFP 통신'을 통해 "수상 기준이 비니시우스를 수상자로 뽑지 않는다면, 같은 기준에서 카르바할을 수상자로 지목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발롱도르와 UEFA가 레알 마드리드를 존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 가지 않는다"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스페인 매체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 측은 비니시우스가 실력이 아닌 축구 외적인 요소에서 밀렸다고 믿고 있다. 그가 꾸준히 호소해 오던 인종차별 피해의 연장선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비니시우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요하다면 10배로 하겠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물론 뱅상 가르시아 프랑스 풋볼 편집장은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 반대 활동 때문에 발롱도르를 못 받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근소한 차이였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인 벨링엄과 카르바할이 상위 4위 안에 포함됐다. 그러면서 표가 분산됐을 것이다. 그래서 비니시우스가 표를 잃었다"라며 "레알 마드리드가 오지 않아 매우 불쾌했다"라고 밝혔다.
여론도 레알 마드리드 편이 아니다. AS 로마 수비수 마츠 훔멜스는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존중 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약간 트럼프 같은 느낌이 든다. 안타깝게도 그곳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는 무례한 행동이다. 나쁜 일"이라며 "로드리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건 정말 비열한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불리한 대우를 받았던 팀들도 있다"라고 일침했다.
안첼로티 감독의 이번 발언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팬들은 "그의 이름을 말해라. 로드리에 대한 무례다", "전형적인 안첼로티다. 그는 발롱도르를 참가상 트로피로 내려친다. UCL 우승은 축하하지만, 비니시우스가 도둑맞은 척하지는 마라", "레알 마드리드는 매일 로드리를 무시하고 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 팬은 "누가 발롱도르를 받은 건 과거인데 어떤 팀이 UCL을 우승한 건 과거가 아닌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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