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그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기에 조금 불편했다."
토트넘 홋스퍼 출신 제이미 레드냅(51)이 '캡틴' 손흥민(32)의 행동에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 '더 부트 룸'은 4일(이하 한국시간) "레드냅은 아스톤 빌라와 경기에서 손흥민이 그를 불편하게 만든 이유를 말했다. 그는 토트넘에 대한 평가에 열정을 쏟을 때가 많다. 이번엔 주저하지 않고 스타 선수 중 한 명을 비판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10라운드에서 빌라를 상대로 4-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잠재적인 4위 싸움 경쟁자인 빌라를 무너뜨리며 7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이 경기를 통해 부상을 떨치고 4경기 만에 복귀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데얀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과 함께 공격 2선을 꾸렸다. 최전방 원톱은 도미닉 솔란케가 맡았다.
손흥민이 차이를 만들었다. 그는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4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수비를 떨쳐내고 골문 앞으로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존슨이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3호 도움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까지였다. 후반 11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허벅지 부상에서 복귀한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히샬리송을 투입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임무를 마친 손흥민이다.
모두를 당황케 한 교체였다. 손흥민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교체되는 선수가 자신이 맞는지 확인했고, 벤치에서도 굳은 표정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PL 공식 계정도 당황한 얼굴의 손흥민 사진을 게시하며 "손흥민은 토트넘이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자신의 이름이 불릴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 역시 "포스테코글루는 빌라와 경기에서 60분도 안 돼서 손흥민을 교체했다. 그러자 손흥민은 벤치에 앉아 충격에 빠졌다"라고 주목했다. 'BBC' 또한 "손흥민은 존슨의 동점골을 도운 뒤 포스테코글루에 의해 교체돼 나갔다. 그는 분명히 행복하지 않다! 올바른 결정이었을까?"라며 의심하는 표정의 이모지를 올렸다. 팬들도 댓글로 갑론을박을 펼쳤다.
결과적으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후반 30분 솔란케가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터트렸고, 후반 34분엔 솔란케가 히샬리송의 어시스트로 멀티골을 뽑아냈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제임스 매디슨이 기습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로이 킨은 "손흥민도 부상에서 막 돌아왔다. 분명히 손흥민은 1-1 상황이고 큰 교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잘 해결됐다. 감독은 분명 선수들을 알고 있고, 선수들이 벤치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손흥민은 확실히 교체되는 게 행복하진 않았다. 스쿼드 게임이다"라며 손흥민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레드냅의 생각은 달랐다. 현역 시절 토트넘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그는 손흥민의 불만스러운 모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레드냅은 "솔직히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히샬리송이 들어와서 손흥민의 포지션에서 골을 만들어냈다.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을 보호하려 노력한다. 솔직히 말해 보기에 조금 불편했다"라고 밝혔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부상 예방 차원에서 계획된 교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은 분명히 부상을 입었다가 돌아왔고, 지난 경기에서는 60분경에 피로를 느꼈다. 그 때문에 오늘은 그 이상 뛰지 않을 예정이었다. 따라서 그는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 55분에서 60분 이상 소화하지 않을 것이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좋은 점은 손흥민이 교체되기 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엄청난 크로스로 우리의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코 그 이상 플레이하지 않을 예정이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손흥민으로서는 깜짝 교체였기에 불만이 있을 법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니다. 손흥민에게서 어떤 다른 점도 보지 못했다. 교체되는 걸 좋아하고 기분이 괜찮은 선수가 있다면 놀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과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전반적인 상황이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손흥민도 퇴근길에서는 감정을 추스린 모습이었다. '풋볼 런던'은 "경기가 끝날 무렵 손흥민의 실망감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토트넘 선수들이 대승을 거두고 경기장 내부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그는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내밀어 보였다"라며 "클럽 주장인 손흥민은 팀 윤리에 관심이 많다. 비록 그 순간엔 감정을 드러냈으나 곧 포스테코글루가 자신과 토트넘, 더 큰 그림을 위해 내린 올바른 결정임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히샬리송이 또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손흥민의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풋볼 런던은 "포스테코글루의 결정이 정확히 옳았음이 증명됐다"라며 히샬리송의 부상은 주장 손흥민의 복귀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했을 뿐이다. 손흥민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많은 시간을 소화할 예정이다"라고 짚었다.
더 부트 룸은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더 침착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약간의 열정은 문제가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교체되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감독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이다. 궁극적으로 클럽에서 존경받는 선수에게는 이런 불평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다른 선수도 아닌 손흥민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매체는 "손흥민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포스테코글루에게 사과할 것이다. 그걸로 끝이 날 거다. 또한 히샬리송이 활약하고, 토트넘이 편안하게 승리하면서 감독이 옳았다는 게 입증됐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 역시 "손흥민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다. 그는 후반에 불이 붙었고, 상대 수비 머리 위에 있었다. 화를 내며 좌절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손흥민은 그 좌절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정할 것이다. 그는 포스테코글루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료들이 해낸 일에 기뻐할 것"이라며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겼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카이 스포츠, PL,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