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구단 최초 선수옵션을 전격 포기하고 시장으로 나온 허경민(34). 하지만 그가 ‘종신 베어스맨’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선수옵션이 아닌 FA 협상으로 두산과의 동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 주전 3루수 허경민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 5일 공시한 2025년 FA(자유계약선수) 승인선수 20명에 이름을 올렸다.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을 포기하고 데뷔 후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기로 결심했다.
허경민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원소속팀 두산과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4+3년으로,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 등 총액 65억 원을 받고, 4년 뒤 두산 구단 최초로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 조항을 넣었다.
허경민은 당시 기준 두산 구단과 KBO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14년 장원준의 4년 84억 원을 넘어 두산 FA 계약 최고액을 경신했고, 계약기간 최대 7년을 보장받으며 2004년 정수근(롯데 자이언츠), 2018년 최정(SK 와이번스)의 6년을 넘어 최장 FA 계약자가 됐다.
허경민은 FA 계약 후 4년 동안 502경기 타율 2할8푼6리(1746타수 499안타) 27홈런 228타점 29도루 233득점을 남겼다. 장타율 .391과 출루율 .352를 더해 OPS가 .743다. 계약 첫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향하는 미러클 여정에 큰 힘을 보탰고, 2023시즌 주장을 맡아 처음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팀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허경민은 4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115경기 타율 3할9리 129안타 7홈런 61타점 5도루 69득점 OPS .811을 기록했다. 우측 어깨 극상근 미세 손상, 새끼손가락 아탈구 등 각종 부상 악재 속에서도 공격에서 477타석, 수비에서 883이닝을 소화, FA 계약 4년 가운데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뽐냈다.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 허경민. 관건은 선수옵션 행사 여부였다.
허경민은 4년 계약이 끝난 뒤 구단이 아닌 선수가 재계약 주도권을 갖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선수가 두산 잔류를 원할 경우 3년 20억 원을 추가로 받고, 더 높은 금액을 원한다면 FA을 선언하고 다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계약 조건이었다. 그리고 허경민은 장고 끝 후자를 택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허경민이 선수옵션을 실행하지 않고, 시장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구단과 딱히 나눈 이야기는 없었다. FA 자격 신청이 곧 선수옵션 포기를 뜻하는 것이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7순위 지명된 허경민은 그 누구보다 베어스 구단을 향한 애정 및 충성심이 높은 선수다. 첫 FA 계약 당시 “금액보다 7년이라는 기간에 너무 감사했다. 내 잔류를 원했던 두산 팬들의 마음을 7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던 그다.
이와 더불어 허경민은 1군 무대에 데뷔한 2012년부터 10년이 넘도록 특유의 성실함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아왔다. 주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더십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허경민이 선수옵션을 포기했다고 두산에 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두산과 다시 FA 계약을 체결해 3년 20억 원보다 더 나은 조건에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허경민 또한 이를 염두에 두고 FA 자격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FA 승인선수 명단을 확인한 두산은 ‘FA 집토끼’가 된 허경민의 잔류를 위해 새로운 협상 플랜을 수립 중이다. 두산 관계자는 5일 OSEN에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하면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허경민의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다. 선수 잔류를 위해 협상을 잘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5일 공시된 2025 FA 승인 선수는 6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한, 총 20명이 FA 승인 선수로 공시되면서 KBO 규약 제173조 [FA 획득의 제한]에 따라 타 구단 소속 FA 승인 선수 중 2명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