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가 FA 1호 계약을 성사시켰다.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39)과 FA 개장 첫 날 빠르게 계약을 완료했다.
KT는 6일 우규민과 2년 총액 7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2억원,연봉 총액 4억원, 옵션 1억원 조건이다. 같은 날 4년 110억원에 FA 계약하며 SSG에 잔류한 최정처럼 대형 계약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계약이다.
우규민에겐 3번째 FA 계약이었다. 2016년 시즌을 마친 뒤 1차 FA로 삼성과 4년 65억원에 계약하며 LG를 떠난 우규민은 2020년 시즌을 끝내고 두 번째 FA가 됐다. 삼성과 1+1년 최대 10억원에 재계약한 데 이어 이번까지 3번의 FA 계약으로 총액 82억원을 챙겼다.
KBO리그에서 FA 계약을 3번이나 한 선수는 조인성, 정성훈, 이진영, 박용택, 강민호 그리고 이날 계약한 우규민과 최정까지 모두 7명이다. 그 중 6명은 타자로 투수는 우규민이 유일하다. 즉, FA 계약을 3번 맺은 최초의 투수가 된 것이다.
FA가 아닌 다년 계약으로 범위를 넓히면 송진우가 있다. 1999년 시즌 후 3년 7억원, 2005년 시즌 후 2년 14억원에 한화와 FA 재계약을 한 송진우는 2022년 시즌 후 한화와 체결한 3년 18억원이 비FA 다년 계약이었다. 3번의 다년 계약으로 따지면 우규민이 투수 두 번째.
야수에 비해 투수는 FA 계약을 두 번 이상 하기 어렵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소모품으로 인식된다. 첫 FA 자격을 얻을 때 이미 전성기를 지난 케이스가 많다. 다음 FA 계약을 얻기까지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우규민도 그런 어려움을 딛고 3번째 FA 계약을 따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휘문고 출신으로 지난 2003년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우규민은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올해 KT까지 19시즌 통산 804경기(130선발) 1426⅔이닝을 던지며 86승87패91세이브110홀드 평균자책점 3.90 탈삼진 905개를 기록했다. 선발, 중간, 마무리 보직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나서며 롱런했다.
2007년 LG에서 마무리로 30세이브를 거둔 우규민은 2013~2015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선발로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삼성 이적 후에는 중간투수로 2020~2023년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올렸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삼성의 35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우규민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KT는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우규민을 뽑으며 4억원의 양도금을 삼성에 줬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우규민의 반등에 기대 걸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ABS 시대를 맞아 우규민의 제구가 빛을 발할 것으로 봤다.
이강철 감독 기대대로 우규민은 올 시즌 45경기(43⅓이닝) 4승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39개로 반등했다. 볼넷이 단 2개로 9이닝당 0.42개에 불과했다. 낮은 존에 인색한 ABS 영향으로 잠수함 투수들이 대체로 고전했지만 우규민은 높은 존을 적극 활용하며 극강의 제구력을 보여줬다.
내년이면 40세가 되지만 대부분 팀들이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어 우규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C등급이라 시장 반응을 체크할 수 있었지만 KT가 적절한 조건으로 빠르게 잡았다.
우규민은 “선수 생활 막바지에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들, 선수들과 함께 2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며 “감사한 기회를 받은 만큼 내년에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계약 소감을 말했다.
1군에서 19시즌을 활약한 우규민이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다. 현역 선수 중에서 최장 기간 한국시리즈 무경험이다. LG에서 2013~2014년과 2016년 3차례, 삼성에서 2021년 1차례로 총 4번의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LG는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고,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선전했다. 우규민이 앞으로 2년 계약 기간 내에 KT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