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개장과 함께 프랜차이즈 유격수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시장에 참전한 한화와의 머니게임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심우준(29)은 그렇게 정든 수원을 떠나 대전으로 향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7일 FA 내야수 심우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규모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 옵션 8억 원)에 2024-2025 스토브리그 1호 FA 이적을 성사시켰다.
심우준의 원소속팀 KT 위즈는 FA 시장 개장과 함께 집토끼 잔류 기조를 세우고 선수에 4년 계약을 제시했다.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 조건에 큰 이견이 발생하지 않으며 수원 잔류가 점쳐졌지만, 수비력이 좋고 발 빠른 내야수가 필요한 한화가 영입전에 참전하면서 상황이 뒤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7일 OSEN과 연락이 닿은 KT 관계자는 “심우준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구단이 베스트 오퍼를 제시했는데 선수가 시장에 나가겠다고 하더라. 계약이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라며 “우리도 생각보다 제법 좋은 금액을 제시했으나 판단은 선수가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속상하지만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고 갔으니 박수를 쳐주고 싶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심우준은 경기고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특별 14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막내 구단 KT의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8시즌 연속 주전 유격수를 담당했다.
2021시즌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 6홈런 활약을 펼치며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2022시즌 또한 안정적인 공수 활약으로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공헌했다. 심우준은 군 입대 전 KT 내야의 대체불가 자원이었다.
어느덧 28살이 된 심우준은 2023년 1월 16일 상무(국군체육부대)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상무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리그 첫해 64경기 타율 2할1푼3리(160타수 34안타) 1홈런 24타점 8도루에 그쳤지만, 올해 45경기 타율 2할8푼8리(132타수 38안타) 2홈런 13타점 15도루로 기록을 업그레이드 했다.
심우준은 지난 7월 중순 건강하게 전역해 김상수를 2루로 밀어내고 창단 유격수의 귀환을 알렸다. 안정적인 수비는 그대로였고, 일취월장한 타격을 앞세워 꼴찌부터 5위까지 오르는 KT 마법의 여정에 큰 힘을 보탰다. 시즌 53경기에서 타율 2할6푼6리 3홈런 28타점 7도루 22득점 득점권 타율 4할1푼2리의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심우준의 활약은 가을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 5경기 등 빅게임에 모두 출전해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를 선보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타격은 저조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4차전 극적인 끝내기 적시타를 비롯해 타율 2할5푼 2타점 1도루를 남겼다.
심우준은 지난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군 입대 문제로 권리 행사를 잠시 보류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은 적중했다. KT 프랜차이즈 유격수 타이틀은 내려놓게 됐지만, 4년 50억 원의 후한 대접을 받고 내년 시즌 한화 대전 신구장의 주전 유격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심우준이 떠난 KT는 당장 2025시즌 유격수 뎁스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대안은 ‘왕조 내야수’ 김상수의 유격수 복귀다. KT 관계자는 “처음 김상수를 데려올 때 유격수 포지션을 계속 맡기려고 했다. 아직 서비스타임도 2년이 남아있다. 충분히 커버를 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김상수를 중심으로 백업, 신인 선수들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그렇다면 외부 FA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 가능성도 있을까. FA 시장에는 현재 하주석, 류지혁, 허경민 등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내야수들이 제법 남아 있다.
KT 관계자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외부 FA 영입도 고려를 해봐야할 거 같다. 현장과 다시 소통을 하면서 준비를 하겠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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