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플랑크톤' 우도환X이유미 납치, 데이트 폭력 현실이 진입장벽 [Oh!쎈 리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11.08 18: 08

하루가 멀다 하고 노년이건 미성년이건 데이트 폭력 사건이 잇따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Mr.플랑크톤'의 최대 주적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다. 과거 '미안하다 사랑하다'에서는 통했던 시한부 남자의 인생 마지막을 건 카리스마로 포장됐던 행동이 이제는 그저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납치 범죄로 다가오는 시류. 그 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린 이 소재를 다시금 파묘한 제작진의 선택이 문제작이라는 갑론을박을 부르고 있다.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미스터.플랑크톤, 극본 조용, 연출 홍종찬)'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분)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호평받은 조용 작가와 '소년심판', '라이프', '명불허전',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선보였던 홍종찬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드라마는 공개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소재로 인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우도환, 이유미, 오정세, 김해숙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별개로 남자 주인공이 전 여자친구를 결혼식 당일 납치한다는 소재가 지금 시청자들에게 허용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 여파다. 

'Mr.플랑크톤'은 제목처럼 작디 작은 미생물 같은 하찮은 취급을 받아온 게 일상인 한 남자 '해조'의 불운한 삶에서 시작된다. 사랑만 받고 자라기에도 부족했을 어린 시절, 해조는 인공 수정 과정에서 정자가 바뀐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부모에게 처절하게 버림받았다. 이후 오직 '재미'만 추구하며 '심부름집'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가운데 유전질환으로 인한 시한부 질병 선고를 받는다. 누구인지도 모를 친부모에게서 기껏 받은 게 뇌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 같은 시한부 질환이라니. 해조는 그 길로 모든 걸 관두고 생부를 찾아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문제는 그 길에 전 여자친구 재미를 '강제 동행'한다는 것이다. 재미는 한 때 해조와 인생을 함께 했던 애틋했던 연인이다. 보육원 출신으로 마찬가지로 부모를 모르던 재미는 해조와 둘도 없는 연인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고팠기에 누구보다 엄마가 되고 싶던 재미의 희망을 해조는 "내리사랑 모르냐,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네가 엄마가 될 수 없다"라며 냉소적으로 할퀴었다. 지은 죄를 알았던 것일까, 상처받은 재미의 이별 통보를 해조는 붙잡지도 않았다. 
가족이 고프고 어떻게든 가족을 많이 만들고픈 재미의 옆에 새로 선 남자는 어흥(오정세 분)이다. 띠동갑 나이차이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순진하고 우직하게 재미 만을 향한 충실한 사랑을 성실하게 표현하는 어흥. 심지어 그는 500년 대를 이어온 종갓집 종손이다. 재미가 그토록 원하던 가족이 어흥의 주변엔 수두룩하다 못해 넘쳐난다.
천애고아 재미와의 결혼을 위해 어흥이 혼전임신 사고를 쳤다고 저질러 버리기까지 한 상황.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재미는 '조기폐경'이라는 청천벽력을 듣는다. 대를 잇는게 최우선인 종갓집 차기종부가 거짓 임신인 것은 물론 임신이 불가능한 데다가, 평생 꿈이었던 '엄마'도 될 수가 없던 것이다. 우연한 계기로 재미의 오열을 듣고 상황을 알게 된 해조는 그 길로 결혼식 당일 재미를 찾아가 납치 소동을 벌인다. 
'Mr.플랑크톤' 로그라인에 표기된 강제 동행, 사실상 전 남자친구의 새신부 납치 소동이다. 물론 제작진의 의도는 납치라는 범죄가 아닌, 인생 마지막 여정을 걸고 벌인 객기이자 투박하게나마 재미를 도우려는 해조 만의 방식으로 읽힌다. 실제 재미는 결혼식 3일 전에 조기 폐경을 알게 된다. 이에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도망치려다가, 순진한 어흥에게 상처주기 힘든 마음에 결혼을 하게 돼 고민에 빠진다. 사기결혼이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해조는 납치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재미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돕는 마음으로 '강제 동행'을 저지르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강제성'을 외면하고 아량 넓게 해석해야 가능한 몰입 지점이다. 애석하게도 순진한 'Mr.플랑크톤' 안의 세계관이 아닌 현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 폭력 범죄가 수많은 여성의 생사를 오가게 만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러한 범죄가 더더욱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실정이다. 공개 시기가 유독 작품의 발목을 잡는 대목이다. 비단 'Mr.플랑크톤'의 판단 착오 뿐만 아니라, 그만큼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 국내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 층인 여성 팬덤의 체감 정도가 더한 것이다.
시한부 남자 주인공의 객기 어린 행보를 카리스마, 직진남 등으로 포장해 묘사하던 작품들이 사랑받은 선례도 분명 있다. 여전히 웰메이드 작품으로 칭송받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도 남자 주인공이었던 배우 소지섭이 거세게 차를 몰며 조수석에 있던 연인 임수정에게 "나랑 살래! 나랑 같이 죽을래!"라고 말하던 모습이 비운의 연인의 낭만으로 묘사되지 않았던가. '또 오해영'에서는 에릭이 뿌리치며 가는 서현진을 잡아 거칠게 입을 맞추고 결국 서현진도 이에 응하게 되던 키스씬이 레전드 장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일련의 작품들조차 2024년 시청자들의 관점으로는 "즐기기 어렵다"는 평을 받는 실정이다. 심지어 메가히트작 '내 이름은 김삼순'조차 최근 웨이브에서 리마스터링돼 공개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시대착오적인 설정으로 인해 "아무리 현빈이어도 다시 보기 힘들다", "PTSD 올 지경"이라는 반응까지 있던 터다. 이에 최신작인 'Mr. 플랑크톤'의 소재와 설정이 최근 시류와 맞지 않다는 것이 더욱 반발심을 자극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러한 작품의 맹점을 짐짓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비운의 시한부 청년 해조에 완벽하게 몰입한 우도환이나 재미가 가진 들꽃의 생기를 표현해내는 이유미. 두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는 잘못된 선택도 객기로 만들기에 충분한 생동감 넘치는 청년 커플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드라마의 변곡점마다 코미디와 순애보의 절절함을 더해주는 오정세나 종갓집 종부로 문중 어른들조차 휘어잡는 어흥 모친 범호자 역의 김해숙은 또 어떠한지. 적어도 연기로는 거를 타선이 없다. 어색함 하나 없는 화려한 라인업은 소재 고민 없이 넷플릭스를 부유하는 구독자들의 선택을 부르기 적합하다. 이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홍종찬 감독의 시선 또한 조심스럽고, 조용 작가의 집필력 또한 섬세하게 해조와 재미의 감정선을 풀어냄은 물론이다.
이들의 조화가 납치라는 소재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다만 제작발표회 당시 홍종찬 감독은 시청자들의 시선에 대해 "캐릭터들을 잘 따라가주시면 좋겠다. 만약 따라가주실 수 없겠다는 분들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캐릭터들을 보면 잘 녹아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어려운 드라마가 아님을 자부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과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나뉘기 쉬운 상황. 소재의 장벽도 뛰어넘을 웰메이드 작품이 될 지, 시류를 거스른 비운의 작품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월 8일 넷플릭스 공개, 총 10부작, 런닝타임은 회당 60분 안팎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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