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저 자신에게 박한 편이었는데 올 시즌에는 80점 이상 줄 수 있을 것 같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 투수)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원태인은 2019년 데뷔 후 처음으로 15승 고지를 밟으며 곽빈(두산 베어스 투수)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고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5차전이 끝난 뒤 “(준우승에 그쳐) 아쉽고 분한 마음도 들지만 좋게 생각하고자 한다. (삼성이 약팀이라는) 정말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올 시즌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보면 기적을 썼다고 표현할 만큼 정말 뿌듯했던 시즌이었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너무 행복하고 재미 가득한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곽빈과 달리 원태인은 타자 친화적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며 다승 공동 1위에 등극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원태인은 “올 시즌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는 투수로서 다승 공동 선두와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3.66) 1위를 차지한 건 믿기지 않았던 시즌이었다”고 했다.
또 “제가 올 시즌 15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정말 달성할 줄 몰랐고 국내 투수 가운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자부심도 굉장히 많이 생긴 시즌이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원태인의 대구 홈경기 성적은 10승 2패 평균자책점 3.65.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홈팬 앞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뻤다”는 게 원태인의 말이다.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폭우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기 전까지 공 66개로 5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중단됐던 1차전은 23일에 재개됐고 결국 1-5로 패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솔직히 진짜 아쉽다.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말 핑계 대고 싶지는 않지만 진짜 아쉬운 건 맞는 것 같다. 스스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투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 첫 등판이었기에 정말 속 시원하게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1차전의 아쉬움을 설욕하기 위해 4차전에 다시 출격한 원태인은 오른쪽 어깨 통증 탓에 2⅓이닝 6실점으로 마운드를 일찍 내려왔다.
“1차전의 아쉬움을 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 능력이 부족했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한 경기만 더 버티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물론 그 경기가 정말 중요했기에 진짜 이기고 싶었다. 경기 중에 ‘내 몸이 이렇게까지 안 따라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원태인은 뜻하지 않은 어깨 통증 여파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게 됐다.
“대표팀에 못 가게 된 건 아쉽지만 그동안 열심히 던져왔으니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원태인은 “내년 시즌 준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푹 쉬고 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년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