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올해 FA 시장 불펜 최대어 중 한 명이었던 김원중(31)이 ‘롯데맨’으로 남는 것을 택했다. FA로 이적했을 경우 따라올 수 있는 금전적인 이득도 포기했다. 롯데를 향한 충성심, 로열티, 그리고 자부심이 돈을 앞섰다.
김원중은 10일 롯데와 4년 최대 54억원(보장금액 44억원, 인센티브 1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일 FA 시장이 개장했고 5일 째에 롯데에 남는 선택을 내렸다. 이로써 롯데는 구단 최다 세이브(132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의 이탈 없이 2025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김원중은 이날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에 앞서, 마무리 투수를 하면서 트레이드마크였던 장발을 싹둑 정리하고 구단 사무실에 들어섰다. FA 계약을 맺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계약 이후 ‘OSEN’과 연락이 닿은 김원중은 “계약보다 헤어 스타일 이야기가 많더라”라고 멋쩍게 웃으면서 “계약을 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머리를 자르고 갔다. 책임감을 더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이발한 게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아쉽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라며 주위의 반응도 설명했다.
최근 폭등하는 FA 시장에서 김원중을 향한 가치도 높아졌다. 롯데는 잔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불펜 보강이 필요한 타 구단이 돈다발을 들고 김원중을 기다렸다. 하지만 김원중은 롯데를 먼저 생각했다. 롯데에 남는 게 우선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인 이상, 고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른 구단에서 관심이 있었고 금액적인 부분도 들었다. 고민이 없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원중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김원중은 “금액적인 부분보다는 제가 롯데 자이언츠라는 구단에 남을 수 남았을 때의 가치를 생각해봤다. 나의 롯데를 향한 로열티를 금액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했다”라며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이를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원중의 충성심은 진짜였다.박준혁 단장도 “나도 처음부터 남기려는 생각이 있었고, 선수들도 처음부터 남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일치돼 있으니까 그 다음 에이전트들하고 얘기가 잘 흘러갔다”라고 말하면서 “사실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FA 시장에서 로열티로 일이 잘 흘러가는 건 쉽지 않은데, 협상이 잘 마무리 했다”라며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김원중과 함께 FA 자격을 취득했던 구승민도 같은날 사인했다. 구승민은 2+2년 최대 21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동안 투수진을 이끌었던 베테랑으로서 다시 의기투합해서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원중은 “또 함께 하게 되면서 시너지가 나올 것이고 후배들에게 많은 얘기들을 해줄 수 있으니까, 함께 계약해서 더 좋은 것 같다”라며 “사실 협상 기간 때는 예민한 부분들이니까 서로 많은 얘기를 안 했는데, 조만간 승민이 형과 만나서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웃었다.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롯데 팬들 덕분이라는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고 인기 팀이라는 자부심을 팬 분들이 만들어주셨다. 항상 감사드린다. 부산에서 차를 한 잔 하거나 밥을 먹을 때, 팬분들이 모두 ‘어디 가지 마세요’라는 말들을 많이 하셨다.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원중은 학창시절 골반 부상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야구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김원중을 버티게 했고 지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야구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들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그는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부모님과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하면서 “사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따로 전하도록 하겠다”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