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32)이 다시 한번 토트넘 홋스퍼 팬들에게 사과하며 패배의 책임을 짊어졌다.
토트넘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승격팀 입스위치에 1-2로 패했다.
이번 경기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토트넘이 승리했다면 3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그러나 토트넘은 입스위치에 22년 만의 PL 승리를 선물하며 10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현재 PL에서 토트넘(5패)보다 많이 패한 팀은 크리스탈 팰리스(6패) 단 한 팀뿐이다.
그 팰리스에 승리를 안겨준 유일한 팀도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 9라운드에서도 승리가 없던 팰리스에 0-1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번 패배로 다시 한번 첫 승 제물이 된 것. 아무리 토트넘이 기복 심한 모습을 보여왔다지만, 상상하기 어려웠던 두 차례 패배다.
사실 패배가 이상하지 않은 졸전이었다. 토트넘은 시작부터 새미 스모딕스에게 결정적 슈팅을 허용하며 휘청였다. 전반 9분 카메론 버지스의 헤더가 골대에 맞는 행운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선제골을 내줄 수도 있었다.
결국 토트넘은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줬다. 전반 31분 스모딕스의 바이시클킥을 막아내지 못하며 실점했고, 후반 43분 리암 델랍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두 장면 다 수비 집중력이 부족했다.
토트넘은 후반 들어 공세를 퍼부어봤지만, 마무리가 무뎠다. 손흥민과 도미닉 솔란케의 슈팅도 골키퍼 아랴네트 무리치를 뚫어내기엔 조금 모자랐고, 존슨이 마지막 선택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후반 24분 코너킥에서 나온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헤더 만회골이 위안이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비교적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그는 자신감 있는 양발 드리블과 턴 동작으로 수비를 떨쳐내고 슈팅하는 등 몇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그러나 번번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무엇보다 동료들의 마무리가 너무나 아쉬웠다. 손흥민은 전반 3분 골문 앞으로 절묘한 얼리 크로스를 배달했지만, 존슨의 슈팅이 허망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만약 이 골이 들어갔다면 토트넘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경기 양상이 크게 바뀔 수 있었다.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마지막까지 기회를 엿봤다. 후반 막판엔 수비 사이로 공을 빼내며 베르너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주기도 했으나 베르너의 논스톱 슈팅이 골대 위로 크게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손흥민은 홈 팬들 앞에서 씁쓸히 고개를 떨궈야 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도 주장 손흥민이 총대를 메고 사과에 나섰다. 그는 경기 후 "매우 실망스러운 오후였다. 결과도 그랬고, 경기력도 그랬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더 나아져야 한다. 우리 혼자서 경기를 어려운 상황으로 만든 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아쉬워했다.
또한 손흥민은 "실점하기 전에 득점할 수 있는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매우 어리석은 두 골을 허용했다. 이 역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박스 안에서 골을 막아내는 데 집을 지키는 것처럼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우리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결과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한 손흥민이다. 그는 "우리는 밝은 팀, 정말 강한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믿어야 한다. 모두가 볼 수 있다"라며 "이런 경기에서는 정신적으로 정말 강력해야 한다. 같은 경쟁자이자 적이다. 모두가 우리가 이길 거라 기대하지만, 축구에서는 공짜로 승리할 수 없다. 승리를 따내고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우리는 더 많은 걸 믿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절제해야 한다. 물론 모두가 구조와 계획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하며 그저 따라야 한다. 이게 우리의 주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더 강해질 수 있다.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더 강해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내 책임이다. 올해 우리가 겪고 있는 기복은 궁극적으로 나와 내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패배를 자기 탓으로 돌렸다.
이어 그는 "우리는 경기를 전혀 잘 시작하지 못했다. 공이 없을 때 수동적이었다. 템포나 강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느꼈고, 우리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을 만들었다. 후반에는 상승세를 탔고, 분명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에도 기복이 너무 심한 토트넘이다. 상위권 싸움을 펼치려면 약팀을 상대로 착실히 승점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토트넘은 승격팀 레스터 시티와 비기며 시작하더니 팰리스와 입스위치를 상대로 패하며 11경기에서 5패를 떠안았다. 중요한 순간 미끄러지는 '스퍼시(spursy)' 본능도 여전하다.
영국 '풋볼 런던'은 토트넘의 문제를 가차없이 꼬집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고통스러운 팀이다. 기쁨만큼이나 슬픔을 선사한다. 포스테코글루는 오직 우울하고 일관성 없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면서 뭔가 다르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살짝 엿보게 할 뿐"이라며 "토트넘은 안정성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 포스테코글루가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데자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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