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야구 최고 신스틸러는 우완 투수 김윤수(25)였다.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일 때마다 LG 강타자 오스틴 딘의 저격수로 나서며 홀드 2개를 거뒀고, 한국시리즈에도 4경기를 등판했다.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를 앞세워 포스트시즌 7경기 3⅓이닝 1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귀한 경험을 쌓았다.
김윤수의 호투가 대견하면서도 부러웠던 선수가 있었다. 4살 터울의 친형인 한화 이글스 좌완 강속구 투수 김범수(29)였다. 동생이 가을야구 최고 무대에서 던질 때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한화 소속인 김범수는 대전 야구장에 있었다. 관중석이 텅 빈 적막한 구장에서 팀 훈련을 소화했다.
“동생이 나오면 두 손 모아 잘 던지라고 기도하면서 봤다”는 김범수는 “나도 한국시리즈 무대는 밟아보지 못해 그 느낌이 어떤지 모르겠다. 동생이 좋은 선수들과 큰 무대에서 함께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2018년 가을야구를 한 번 했지만 그때는 너무 어려서 어떤 건지 잘 몰랐다. 기회가 되면 동생과 포스트시즌 대결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몸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한 해였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매 시즌 55이닝 이상 꾸준히 소화한 김범수는 2022~2023년 2년 연속 70경기 넘게 등판했다. 부상 없이 자주 마운드에 올랐는데 올해는 39경기 34이닝만 던지며 4홀드 평균자책점 5.29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특히 지난 8월9일 대전 키움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는데 검진 결과 왼쪽 광배근 및 삼두근 손상으로 4주 재활 진단을 받았다. 시즌 막판 1군 복귀를 시도했지만 팀의 5강이 물건너가면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9월28일 퓨처스리그 SSG전 등판을 끝으로 시즌을 마친 뒤 재활조에서 몸을 추스르는 데 집중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도 합류한 김범수는 “4~5년 정도 아프지 않고 던졌다. 올해도 안 아프고 계속 시즌 치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올해 야구도 잘 안 되고, 2군에 내려간 시간도 있었지만 좋아지려고 하는 시점에 다친 것이 제일 힘들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부상이 있을 수 있고, 잘 이겨내려고 했다. 다친 부위가 팔이나 어깨가 아닌 광배근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돌아봤다.
서산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 때 정우람 플레잉코치도 김범수에게 “하늘이 너를 시험해보는 것일 수 있다. 지금은 떨어지고 있지만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1005경기에 등판한 투수로 은퇴한 정우람 코치의 조언이라 더욱 와닿았다.
어쩌면 김범수에겐 올해가 안식년일 수 있다. 5년간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한 만큼 몸에 피로가 쌓일 시기가 됐다. 이번 기회에 잠시 쉬어가면서 지친 몸을 재충전할 수 있었다. 내년 시즌을 끝으로 첫 FA 자격을 얻는 김범수에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 역시 “부상으로 힘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잘 쉬고, 잘 회복했다. 내년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야구할 수 있게 됐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 올해 FA 시장에선 불펜투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장현식이 지난 11일 LG와 4년 52억원 전액 보장으로 중간투수 역대 2위 계약을 따냈다. 롯데 김원중(4년 54억원), 구승민(2+2년 21억원)도 좋은 조건에 재계약했다. ‘예비 FA’ 김범수에겐 아주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새 야구장에서 시작하는 내년은 김범수에게도, 한화 팀에도 가장 중요한 시즌이다. 김범수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가을야구가 최우선이다. 선수 개개인이 다 잘해야 한다”며 “올해 터무니없이 못하고 다쳐서 팀에 마이너스가 됐다. 내년에는 잘하든 못하든 70경기 이상 나가 우리 불펜이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