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제출한 반성문, 기자들에게 욕설 항의, 심지어 미국 대선후보자들을 향한 호소에도 징역은 피하지 못했다. 뺑소니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최민혜 판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호중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호중은 객관적 증거인 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며 이례적인 형량을 내렸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반대편 도로에 서 있던 택시를 치고 도주했다. 사고 이후 김호중의 매니저가 대신 자수했으며, 김호중은 17시간 뒤에서야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만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경찰은 김호중이 사고를 내기 전 유흥주점 방문에 앞서 일행과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주류를 곁들인 식사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김호중이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뒤 술을 사서 마신 일명 ‘술타기’ 수법을 쓴 까닭에 검찰은 기소 단계에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됐다. 김호중 스스로 음주운전을 시인했지만.
김호중은 지난 7월 19일 두 번째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하며 피해자와 합의한 상태라고 알렸다. 또한 발목 통증 악화를 이유로 보석도 청구했으나 법원에 기각됐다. 결국 지난 9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직적 사법방해 행위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점을 고려해 달라”며 김호중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 또한 괘씸죄를 적용,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동안 김호중의 행보는 놀라웠다.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자신의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요구했고 17시간이나 지나서야 경찰조사를 받았다. 사고를 냈지만 예정된 대로 5월 18일-19일 경남 창원에서 전국투어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를 그대로 진행했고 이후에서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사고 발생 12일 만에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취재진을 요리조리 피하며 경찰에게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았다.
무엇보다 김호중의 사과와 태도가 부족했다. 김호중은 취재진 앞에서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받도록 하겠다”,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죄송하다”는 짧은 심경만 남긴 채 사라졌고 변호인이 대신 “뒤늦게라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 국민들의 노여움을 풀어주시길”이라고 답해 듣는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구속된 이후에는 9월 5일과 10월 16일, 10월 28일 총 3번에 걸쳐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대중에겐 물음표만 남았다.
특히 팬들의 행보는 가관이었다. 김호중에 대한 팩트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욕설 섞인 항의 메일을 집단적으로 보냈고 심지어 김호중의 석방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지난 8월 당시 미국 대선후보자들에게 전송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법정은 팬미팅을 방불케하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죄인’ 김호중을 바라보는 팬들 사이에서 눈물과 고성이 오갔다.
사안이 워낙 컸기에 정치권도 나섰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일명 술타기 수법으로 음주측정을 방해한 '김호중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자 김호중의 팬들이 또 몰려들었다. “연예인 한 사람 죽일 작정이냐”, “어쩌다 한번 실수로 이 수모를 당해야 하냐”, “김호중 이름 안 빼면 낙선운동 하겠다”, “엄연한 인권 침해”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도 수많은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김호중 사건 이후 ‘술타기’ 수법이 거듭 적발됐음에도 관련 기사에는 김호중을 옹호하는 팬들의 맹목적인 감싸기 목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악’에도 불구하고 김호중은 실형을 면하지 못했다. 재판부로부터 ‘불량’ 딱지를 받은 김호중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comet56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