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두 방의 임팩트는 강렬했다. KBO리그의 슈퍼스타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쿠바전을 통해 '글로벌 베이스볼 스타'로 거듭났다.
김도영은 지난 14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대만과의 2차전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프리미어12 첫 승을 이끌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그라운드 분위기를 익힌 김도영은 2-0으로 리드한 2회말 2사 만루에서 등장, 쿠바 선발투수 리반 모이넬로를 상대로 달아나는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모이넬로의 초구 바깥쪽 높은 직구를 제대로 받아쳐 티엔무야구장의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모이넬로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 좌완투수로, 올해 선발로 보직을 바꿔 25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 호투를 펼쳤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는 그의 차지였다. 김도영이 그런 정상급 투수를 상대로 짜릿한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김도영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걸 확인한 뒤 시크한 ‘빠던’을 선보이며 3루 내야석을 가득 메운 한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6-0으로 리드한 5회말에는 빠른 발을 앞세워 단타를 2루타로 바꿨다. 1사 후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는데 우익수가 방심한 틈을 타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쳐 2루에 도달했다. 이후 투수 보크로 3루에 도달했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김도영의 방망이는 멈출 줄 몰랐다. 이번에는 7-1로 앞선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등장과 함께 쿠바 브루스의 초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솔로포를 때려내며 새로운 '국제용 타자'의 탄생을 알렸다.
김도영은 수비에서도 엄청난 플레이로 대표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드레이크의 안타성 타구를 향해 팔을 뻗어 멋진 플라잉캐치를 완성했고, 4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는 타구를 잡아 3루를 직접 밟은 뒤 1루에 송구하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김도영의 빠른 판단이 만들어낸 아웃카운트 2개였다.
백미는 5회초 수비였다. 무사 1, 2루 위기에서 왈터스의 머리 위로 날아오는 강습타구에 감각적으로 손을 뻗었고, 타구는 마법 같이 김도영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올해 30실책이라는 불명에 기록이 무색하게 수비에서 상당한 안정감을 뽐냈다.
이날 대만 티엔무야구장 중앙 테이블석에는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 스카우트들이 모여 한국-쿠바전을 지켜봤다. 이들은 경기 초반만 해도 곽빈, 리반 모이넬로의 투구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었지만, 김도영이 만루홈런, 2루타, 솔로홈런을 연이어 때려내자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도영의 활약은 글로벌 SNS를 통해 전 세계 유저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티엔무야구장에서 김도영의 활약을 직접 본 미국 'MLB네트워크'의 저명 기자 존 모로시는 자신의 SNS에 “김도영은 오늘 밤 글로벌 베이스볼 스타로 거듭났다. 만루홈런과 2루타, 그리고 3루에서 두 차례나 놀라운 슈퍼캐치를 선보였다”라고 극찬했다.
아울러 한국-쿠바전이 한국의 8-4 승리로 끝난 뒤 경기 스코어를 SNS 게재하며 “김도영 게임”이라는 강렬한 문구를 남겼다. 김도영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도영은 경기를 마친 뒤 “무엇보다 승리가 되게 기분이 좋다”라며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 1회 모이넬로 공이 되게 좋다고 느껴져서 직구 늦으면 답이 없겠다고 생각하고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기분이 좋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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