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전을 통해 차세대 국제용 선수로 거듭난 김도영이 일본프로야구의 정상급 투수들을 만나 향후 더 큰 선수로 도약하기 위한 좋은 공부를 했다.
김도영은 지난 15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일본과의 3차전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김도영은 1회초부터 1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지만,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1.38)에 빛나는 선발 다카하시 히로토를 상대로 8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 헛스윙했다.
1-2로 뒤진 3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다시 다카하시를 만나 헛스윙 삼진으로 침묵했다. 이번에는 2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가운데 4구째와 5구째 투구에 연달아 헛스윙했다.
김도영은 2-2로 맞선 5회초 무사 1루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두 번째 투수 스미다 치히로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를 공략했으나 유격수 땅볼로 1루주자 신민재를 2루로 보내는 데 그쳤다.
슈퍼스타 김도영의 한일전 안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3-4로 근소하게 끌려가던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스미다 상대로 중견수 뜬공에 그치며 무안타로 운명의 한일전을 마무리 지었다.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이 따른 게 위안거리였다.
김도영은 일본전에 앞서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최고의 스타였다. 3-6으로 패한 대만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고, 쿠바전에서는 만루홈런과 솔로홈런 포함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 원맨쇼를 펼치며 류중일호의 첫 승을 이끌었다.
14일 대만 티엔무야구장 중앙 테이블석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모여 한국-쿠바전을 지켜봤다. 이들은 경기 초반 곽빈, 리반 모이넬로의 투구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었지만, 김도영이 만루홈런, 2루타, 솔로홈런을 연이어 때려내자 스카우트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직 프로 3년차에 불과한 김도영이지만, 빅리그 스카우트들에게 홈런 두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김도영의 활약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티엔무야구장에서 김도영의 활약을 직접 본 미국 'MLB네트워크'의 저명 기자 존 모로시는 자신의 SNS에 “김도영은 오늘 밤 글로벌 베이스볼 스타로 거듭났다. 만루홈런과 2루타, 그리고 3루에서 두 차례나 놀라운 슈퍼캐치를 선보였다”라고 극찬했다.
아울러 한국-쿠바전이 한국의 8-4 승리로 끝난 뒤 스코어를 게재하며 “김도영 게임”이라는 강렬한 문구를 남겼다. 김도영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도영은 미국과 더불어 일본 언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가 만루홈런을 친 투수가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리반 모이넬로였기 때문이다.
일본 복수 언론은 한국-쿠바전이 끝난 뒤 일제히 “한국의 오타니를 경계해야 한다. 평균자책점 1위 모이넬로 상대로 홈런을 친 김도영 앞에 주자를 쌓으면 안 된다”라고 김도영을 경계했다.
이에 한국도 일본도 모두 15일 김도영을 주목했지만, 한국의 30(홈런)-30(도루) 슈퍼스타가 공략하기엔 일본 마운드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선발 다카하시를 시작으로 스미다, 후지히라 쇼마, 오타 타이세이 모두 KBO리그 투수들과 차원이 다른 구위를 뽐냈다. 예리한 각을 자랑하는 스플리터, 포크볼에 한국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본 마운드는 이날 한국 타선을 상대로 17탈삼진-무사사구라는 압도적 기록을 남겼다. 1회의 경우 김도영이 다카하시의 변화구에 계속해서 커트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카하시가 마음 먹고 결정구를 뿌리자 공략에 실패했다.
안타에 실패했지만, 경기 후 적장의 입에서 또 다시 김도영의 이름이 거론됐다. 일본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홍창기, 김도영을 경기 전부터 경계했다. 4번타자가 누가 나올지 궁금했다”라며 “한국에는 힘 있는 타자가 많다. 김도영이 홈런 2개를 친 걸 보면서 한국 타선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하위 타선도 빠른 공 대응이 좋았다. 우리가 운이 좋아서 이겼지, 한국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라고 총평했다.
김도영은 그렇게 일본이라는 강호를 만나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4 프리미어12 일본전은 그가 향후 진정한 국제용 스타로 거듭나는 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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