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KT 위즈로 이적한 내야수 허경민(34)의 FA 보상선수로 투수 김영현(22)을 지명했다. 군입대를 앞둔 선수를 뽑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산은 16일 허경민의 FA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김영현을 선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김영현과 함께 올해 허경민의 연봉 100%에 해당하는 6억원의 보상금을 KT로부터 넘겨받으면서 보상 절차가 마무리됐다.
두산은 김영현에 대해 ‘하체 중심의 좋은 밸런스를 갖춘 투수다. 최고 시속 149km 직구에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며 ‘비록 12월 상무 입대가 예정돼 있지만 미래를 보고 선택지 중 가장 좋은 자원을 지명했다. 상무에서 경험을 쌓은 뒤 더욱 성장해 두산에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동성고 출신 우완 투수 김영현은 2021년 2차 5라운드 전체 45순위로 KT에 지명됐다. 2023년 1군에 데뷔했고, 올해까지 2시즌 통산 39경기 모두 구원등판했다. 승패 없이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36. 40⅓이닝 동안 삼진 43개를 잡아냈다.
지난해 1군 31경기(33이닝) 승패 없이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45 탈삼진 35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경기(1이닝 무실점)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올해는 1군 8경기(7⅓이닝) 평균자책점 4.19 탈삼진 8개에 그치며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퓨처스리그에선 30경기(34이닝) 6승1패2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33개로 잘 막았다.
두산은 내년이 이승엽 감독의 3년 계약 만료 시즌이다. 지난해 5위, 올해 4위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와일드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5위 KT에 2연패로 덜미를 잡히며 사상 첫 와일드카드 업셋 희생양이 됐다.
여러모로 내년 성적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지만 멀리 내다본다. 3년 20억원 선수 옵션을 포기하고 FA를 신청한 주전 3루수 허경민을 억지로 잡지 않았다. 양의지(37), 김재환(36), 양석환(33), 정수빈(34) 등 30대 고액 장기 계약 야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허경민까지 무리한 조건으로 잡을 순 없었다. 허경민은 4년 최대 40억원의 조건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구단 소속으로 가장 많은 1793경기를 뛴 주전 유격수 김재호(39)도 지난 14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올 시즌에도 57경기 타율 3할2리(126타수 38안타) 1홈런 11타점 OPS .760으로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황금기를 이끈 내야 주축 둘이 연이어 빠져나간 두산은 이제 세대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3루수와 유격수 자리를 두고 박준영(27), 이유찬(26), 박지훈(24), 오명진(23), 여동건(19), 임종성(19), 내년 1라운드 신인 박준순(18), 내년 7월 전역 예정인 안재석(22) 등 젊은 내야수들이 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야수 리빌딩의 시작이다.
허경민의 보상선수 지명 과정에서도 두산은 즉시 전력보다 미래를 봤다. B등급으로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라 선택의 폭이 제한됐지만 그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김영현을 뽑았다. 2026년 6월부터 활용 가능한 선수로 즉시 전력은 아니지만 멀리 내다보는 두산은 2시즌 뒤를 기약하며 미래 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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