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유격수가 탄생한 것일까.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태극마크를 단 박성한이 메이저리그 265경기 경력의 필승조를 만나 천금 역전 3루타를 때려내며 위기의 한국야구를 구해냈다.
박성한은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도미니카공화국과의 B조 조별예선 4차전에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 1볼넷 활약으로 대표팀의 9-6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3회말 유격수 땅볼로 몸을 푼 박성한은 0-6으로 뒤진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바뀐 투수 헥터 페레즈 상대로 풀카운트 끝 볼넷을 골라냈다. 이어 최원준의 볼넷, 홍창기의 진루타로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했고, 투수 조엘리 로드리게스의 1루 송구 실책을 틈 타 추격의 득점을 올렸다. 박성한의 볼넷은 6회말 4득점 빅이닝을 뒷받침한 귀중한 출루였다.
7회말 다시 유격수 땅볼에 그친 박성한은 마지막 타석에서 일을 냈다. 5-6으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1, 3루 찬스였다. 1루주자 송성문이 2루 도루에 성공한 가운데 디에고 카스티요를 만나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3루타를 때려냈다. 메이저리그 통산 265경기를 뛴 카스티요를 상대로 귀중한 결승타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박성한은 후속타자 최원준의 1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두 번째 득점까지 올렸다. 6회말 4득점, 8회말 5득점 빅이닝 모두 박성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후 만난 박성한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 모두 뭉쳐서 역전했다. 중요한 순간에 나한테 온 찬스를 잘 살려서 오늘 짜릿한 승리를 거둔 거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베테랑 필승조를 상대로 어떻게 결승타를 칠 수 있었을까. 박성한은 “초구 직구를 보고 변화구가 바로 왔다. 직구 구위가 워낙 좋고 빠르더라. 포커스는 직구에 맞췄다”라며 “변화구를 연속으로 봤을 때 눈에 익어서 콘택트를 잘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친 타구가 외야 우중간을 갈랐을 때 기분을 묻자 박성한은 “'해냈다' 싶었다. 딱 그 생각만 했다. 타구가 날아가는데 속으로 '와! 내가 이걸 해냈구나' 했다. 소름이 돋더라.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3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크게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컸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박성한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2차 2라운드 16순위로 뽑힌 프로 7년차 유격수다. 올해 137경기 타율 3할1리 10홈런 67타점 13도루 78득점 OPS .791 커리어하이와 함께 생애 첫 타율 3할-10홈런을 달성했고, 이에 힘입어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두 번째 국가대표팀 승선이었다.
‘3할 유격수’ 박성한은 이번 대회에서 강한 하위타선을 이끌고 있다. 14일 쿠바전부터 류중일호의 주전 유격수를 맡아 3경기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 2타점 2도루 OPS 1.136의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안정적인 수비는 기본이고, 낯선 투수들을 만나 주눅 들지 않고 기술적인 타격을 펼치며 안타 5개를 때려냈다. 쿠바전과 ‘강호’ 일본전은 멀티히트였다.
박성한은 올해 KBO리그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박성한은 대만에 오기 전 "지금은 골든글러브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프리미어12만 생각한다. 골든글러브 수상 여부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의 활약이라면 하늘도 박성한의 생애 첫 수상을 도울 거 같다. 그가 대만에서 연일 골든글러버의 자격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