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의 2024 프리미어12 최대 수확으로 꼽히는 젊은 불펜진의 성장과 선전. 그러나 대표팀 투수를 직접 지도한 최일언(63) 투수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최 코치는 의외로 젊은 투수들의 더딘 성장을 지적했는데 그 중에는 ‘신인왕 0순위’ 김택연의 이름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을 3위(3승 2패)로 마감,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14일 쿠바(8-4), 16일 도미니카공화국(9-6), 18일 호주(5-2)를 물리쳤고, 13일 대만(3-6), 15일 일본(3-6)에게 무릎을 꿇었다.
류중일호는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패하며 모든 플랜이 꼬였다. 1승 2패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상대 9-6 대역전승을 거두며 잠시 도쿄행 희망을 품기도 했으나 17일 일본-쿠바전, 대만-호주전에서 일본, 대만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슈퍼라운드 진출 경우의 수가 소멸됐다.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우승국인 한국은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에 이어 3회 대회에서 조별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는 18일 호주와의 최종전을 마친 뒤 이번 대회 대표팀 마운드를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 코치는 류중일호가 프리미어12에서 왜 선발야구를 하지 못했고, 기대를 모았던 어린 불펜 투수들이 왜 실력 발휘를 못했는지 분석한 내용을 취재진에 전달했다.
최 코치는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3년 동안 일본을 많이 돌아다녔다. 대학야구, 실업야구도 봤다”라며 “그들은 정말 연습을 많이 한다. 공도 많이 던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을 많이 안 던지는 문화가 생겼다. 제구력을 키우고 스트라이크 하나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쉬지 않고 해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몸을 만들어서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 코치는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진 박영현과 김택연을 비교하면서 어린 투수들이 지속적인 훈련과 더불어 마음자세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코치는 “한국에서 던진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 쉬어도 안 된다. 더 좋은 선수가 되게끔 목표를 세우고 계속 훈련해야 한다”라며 “박영현은 그런 자세가 돼 있다. 욕심이 많아 개인 훈련을 많이 한다. 작년보다 공도 좋아졌다. 그러나 김택연은 걱정된다. 박영현과 비교했을 때 그런 부분이 약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려면 이대로 안 된다고 직접 말도 해줬다. 만족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겠다. 성장을 위해 계속 훈련하고 연구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라고 애정 어린 쓴소리를 날렸다.
최 코치는 박영현과 더불어 김서현의 구위와 워크에식에도 감명을 받았다. 그는 “(김)서현이가 4경기에서 점수를 안 준 것이 놀랍다”라며 “서현이를 보면 계속 공을 던지고 싶어 한다. 대만 와서도 합숙 첫날부터 그런 부분이 느껴졌다. 오늘(18일)도 안 쓰려고 했는데 던지고 싶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8회에 등판시켰다. 그런 자세가 좋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김서현처럼) 유망주들이 공이 빠르면 중간투수를 많이 맡는데 그 선수들이 선발을 할 정도의 실력까지 올라왔으면 한다. 국제대회를 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잘 던지는 투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수준에 못 미친다. 아시안게임 정도나 가능하다. 제구력과 변화구가 많이 부족하다”라고 사견을 덧붙였다.
대표팀의 다음 국제대회는 오는 2026년 3월 열리는 WBC다. 프리미어12와 달리 메이저리거가 총출동하며, 야구 국제대회 가운데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이번 프리미어12처럼 선발투수를 비롯해 마운드가 붕괴될 경우 예선 탈락은 기본이고, 단 1승도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정도로 참가국들이 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나온다.
최 코치는 “이제 다음 대회까지 15개월 가량 남았다. 일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비슷한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라며 “프로야구에서 2선발 정도는 국내 선수가 맡아야 한다. 그래야 레벨이 높아진다. 과거에는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용병보다 잘 던졌다. 그러나 지금은 원투펀치가 다 용병이다. 팀 별로 1~2명씩 선발투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WBC 또한) 상당히 힘들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