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19일(한국시간) "로드리구 벤탄쿠르의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해 FA 규칙 E3(인종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 벌금을 독립 규제 위원회가 부과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FA는 "벤탄쿠르에게 지난 9월 12일 고발장을 보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의원회 참석을 거부했다. 그래서 서면으로만 이 혐의에 대한 처벌이 논의가 됐으며 독립 규제 위원회는 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하고 청문회를 통헤 그에게 제재를 가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한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 유니폼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벤탄쿠르도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아시아인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논란은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토트넘과 벤탄쿠르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한국인, 우루과이인의 댓글 전쟁터로 변했고 결국 토트넘 구단은 지난달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건 발생 후인 6월 20일 손흥민은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다. 그는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라며 동료를 감쌌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손흥민은 벤탄쿠르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과정에서 울먹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기자 회견에서 "조사 중에 있기에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난 벤탄쿠르를 사랑한다"라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그를 사랑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우린 좋은 추억이 많았고 그는 나에게 바로 사과했다. 우리의 휴가 기간에 말이다. 난 집에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는 나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그가 프리시즌에 훈련장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미안해했고 공개적인 사과 자리에선 거의 울었다"라고 그를 감쌌다.
해당 발언 이후 토트넘은 벤탄쿠르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으로 대충 넘어간 토트넘 구단과 달리 FA는 예고한대로 중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피트 브룩은 "벤탄쿠르는 긴 기간 출전 정지 징계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FA는 지난 9월 12일 벤탄쿠르에게 공식 고발장을 보냈다.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하며 서면 제출로만 이 문제를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독립 규제위원회는 구두 청문회를 생략하고 지난 12일 정식으로 회의를 열어 벤탄쿠르의 혐의 및 그가 제출한 관련 서류들을 검토했다.
앞서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에이전시를 통해 통보를 받았다.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아마 클럽으로 복귀할 때쯤 발표될 것 같다"라면서 "아마 상당 기간 빠질 것 같다. 그래도 가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FA는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의 벌금을 내리면서 "벤탄쿠르의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객관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이다. 대화의 맥락만 봐도 이 대화에서는 코텔로가 '한국인'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손흥민을 지칭하는 안타깝고 부적절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선수는 모욕적인 단어와 웃음을 통해 동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선수가 인종 차별 주의자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벤탄쿠르가 대화에서 보여준 미성숙한 모습은 FA가 인종 차별은 금지한 E3.1과 E3.2를 모두 어긴 것이다. 고로 가중 처벌을 통해 7경기 정지 징계가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징벌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응한 벤탄쿠르는 다소 허황된 주장을 이어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손흥민의 인종차별적 발언은 기자를 비꼬기 위한 반어법이다"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한국인"이라고 부른 기자를 비꼬기 위해 "한국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는 것.
한마디로 사과를 한 이후 위원회에서는 인종 차별이 아니라 오해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더 타임스는 "위원회는 벤탄쿠르의 주장은 증거와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그의 증거와 입장을 모두 고려해도 모욕적이고 부적잘한 발언이었다"라고 중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유명 선수이면서 충격적인 인종 차별을 저질렀다. 그러나 상대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풀이되면서 동종 전과는 없다. 그러나 정작 사과를 하고 위원회에 와서 저런 주장을 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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