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던 ‘술방’의 기세가 꺾일까. 방심위가 음주 방송을 반복하고 미화한 ‘나 혼자 산다’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처분했다.
지난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음주 장면을 반복해서 방송해 미화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돼 중징계로 간주된다.
앞서 ‘나 혼자 산다’에서는 출연자의 음주 장면과 함께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운동 후에 마시니까 더 꿀맛’ 등의 자막이 반복돼 송출됐고, 음주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방심위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최종 의결했다.
특히 박나래가 복분자 컵에 소주잔을 넣어서 노동주를 제작해 마시는 점, 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라는 자막이 달린 점, 이장우, 김대호가 포장마차에서 생맥주를 주문하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며 ‘퇴근길 오아시스 같은 생맥주 강림’,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맥주 한잔’ 등의 자막도 지적받았다.
결국 법정제재를 받게 된 ‘나 혼자 산다’와 관련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전현무, 박나래, 김대호, 기안84 모두 술을 애정하는 인물들. 주요 에피소드 곳곳에서 술이 빠지지 않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그려지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해 아이돌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샤이니 키, 트와이스 지효, NCT 도영 역시 일상 속에서 술 먹방을 보여주기도 했다.
술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방심위는 ‘나혼산’에 주의를 처분했으나,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웹예능에는 여전히 술을 곁들인 토크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신동엽이 진행하는 ‘짠한형’,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 대표적.
술방 토크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음주 미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2개를 추가해 12개 항목으로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하고,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로 인해 현재 유튜브 예능에서 술과 관련된 콘텐츠가 나올때는 ‘지난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주의 문구가 포함돼 공개되고 있다.
다만 최근 공개된 ‘짠한형’ 이민기, 한지현 편에서는 한지현의 만취 장면이 그대로 공개됐다. 한지현은 만취해 신동엽이 가져온 데킬라를 한번에 원샷하고, 정호철에 “그럴 수 있어”라고 반말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테이블에 거치된 카메라를 보며 “난 예뻐, 난 진짜 예뻐”라고 외치는 등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신동엽은 취한 한지현에 “솔직히 말해 너무 매력적이다”라고 웃음을 지었으나, 영상이 공개된 뒤 만취한 한지현의 모습에 누리꾼들의 걱정이 이어지는 상황.
이 가운데 법정제재를 받은 ‘나 혼자 산다’를 필두로 술 먹방 문화가 방송계에서 줄어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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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 캡처,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