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문제일까 혹은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일까.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이 이번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6경기에서 4승 2무를 거두며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승점 14로 조 1위 자리도 지켰다. 이대로라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확정에 가깝다.
하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경기 전까지 2무 3패로 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던 팀이다. FIFA 랭킹도 100위에 불과하다. 한국과는 객관적 전력에서 차이가 크다.
특히 한국은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기에 더욱 승리가 필요했지만, 이번에도 무승부를 거두며 설욕에 실패했다. 전쟁 중인 나라와 두 경기 연속 비긴 건 자존심에 타격이 크다.
치명적인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전반 12분 김민재의 백패스 미스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16분 손흥민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공세를 펼쳐봤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은 슈팅 16개를 날리고도 1골에 만족해야 했다.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이강인의 침묵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는 다시 한번 4-2-3-1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격했지만,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최근 홍명보호에선 배준호를 중심으로 2000년대생 신예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2003년생 배준호가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활약했고, 2001년생 오현규도 2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2002년생 이태석과 2003년생 이현주는 쿠웨이트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A매치 데뷔를 신고했다.
다만 이미 세대교체를 넘어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이강인은 비교적 잠잠했다. 그는 2차 예선에서 6경기 4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지만, 3차 예선에서는 5경기 무득점에 그치고 있었다. 오만 원정에서 올린 1도움을 제외하면 공격 포인트도 없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강인은 위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려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따금 나온 예리한 롱패스는 수비에 막혔고, 후반 12분 터트린 왼발 슈팅은 육탄방어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대체로 오른쪽 측면에만 치우쳐져 있다 보니 이강인의 장점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적으니 멀리서 박스 안으로 배달하는 크로스가 대부분이었다. 혹은 측면을 공략하는 황인범이나 이재성, 설영우에게 패스를 내주는 역할이 끝이었다. 이강인이 지니고 있는 다재다능함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강인은 생각보다 빨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7분 그를 불러들이고 오현규를 투입하며 오현규-주민규 투톱 체제를 꾸렸다. 한 골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강인이 빠지는 낯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2024년을 아쉽게 마무리한 이강인. 모두가 기대했던 유종의 미는 없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강인 활용 방안에 변화를 꾀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이 터져줘야 반대편 손흥민의 부담도 줄어들고, 한국 축구의 공격력도 폭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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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