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책임지지 않는’ 류중일 감독의 대회를 마친 소감을 듣고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4.11.20 10: 58

“선발 싸움에서 졌는 게임이 아닌가, 대회가 아닌가. 앞으로 큰 대회가 약 15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 중간에 잘 의논해 가지고 선발투수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하나하나씩 잡아 나가야 될 것 같아요. 다음 대회 WBC 때는 꼭 본선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연구 잘 해보겠습니다.”
‘2024 WBSC 프리미어12’ 예선 탈락이라는 ‘아픈 결과’를 받아든 류중일(61)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18일 호주와의 예선 최종전을 마친 다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 일부이다.
그가 “선발 싸움에서 졌다”고 자평한 것은 물론 사실에 어긋남이 없다. 동시에, 그 말은 경기 결과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감독으로서 경기 운용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마땅한, 그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소리다. 이번 대회에 한국야구대표팀은 미래를 내다보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를 단행해 팀을 꾸렸고, 그에 따라 선발 자원 부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조별예선 탈락이 일찌감치 확정됐지만, 김도영이 있어 미래를 밝힐 수 있었다. 프리미어12 최종전에 나선 류중일호가 김도영의 홈런 포함 3안타 맹타를 앞세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8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5-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한국 류중일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17 /sunday@osen.co.kr

따라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코칭스태프는 그에 걸맞게 팀을 운용해야 했고, 바로 그 지점이 지도자의 유, 무능을 판가름하는 잣대였다. 이번 대표팀 지도체제는 그런 점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도미니카전도 따지고 보면 ‘손님 실수 덕분에 건진’ 경기였다. 결과를 놓고 부질없는 타박이나 성토를 하거나 굳이 ‘복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대표팀을 지휘한 감독의 무책임한 자세를 지적하려고 이 글을 썼다. 류중일 감독은 “다음 대회, WBC 때는 꼭 본선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연구 잘 해보겠습니다.”고 마치 자신의 감독 임기 연장을 당연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 대목이 못내 ‘불편한 해석’을 낳게 만든다.
KBO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류중일 감독은 이번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회를 끝으로 야구대표팀 감독 임기(또는 임무)가 끝났다. 야인의 신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류중일 감독의 임기는) 이번 대회까지다. 사퇴하고 말고 이번 대회까지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면서 “내년에 임박한 대회도 없고, 당장 후임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고 정리했다. 박 총장은 “앞으로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후임 감독 선임을)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당연하지만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영예로우나 그만큼 무겁고 책임이 막중하다. 야구대표팀 감독의 경우 연봉이 3억 원 안팎(활동비 포함)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대회 준비와 올림픽이나 WBC,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등이 감독의 주 활동 영역이다. KBO는 대표팀 감독이 재능기부나 국내외 전력분석 활동도 곁들여서 한다고 설명했다. 막말로 ‘그저 놀고먹는’ 자리가 아니라는 변호였지만 고액 연봉에 비해 ‘활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더군다나 올해 ‘천만 관중 달성’이라는 엄청난 흥행 성취에 찬물을 끼얹어버린 국제대회 참사에 감독이 깨끗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자못 아쉽다. 2021년 도쿄올림픽 야구 참사 때도 당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무책임한 처사로 비판을 받았던 터다. 언제부터 우리네 야구대표팀 감독 자리가 이렇게 뭉개도 됐는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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