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의심한 트레이드였는데…" 먹튀·유리몸 오명 뗐다, 35세에 첫 사이영상 '대반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11.22 05: 50

유리몸 투수로 전락했던 35세 베테랑 투수가 트레이드 첫 해부터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좌완 투수 크리스 세일이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던 트레이드 평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세일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4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위표 26장, 2위표 4장을 받아 총점 198점으로 2위 잭 휠러(필라델피아 필리스·130점)를 여유 있게 제쳤다. 사이영상을 받기 전까지 역대 최다 6번이나 최종 투표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세일에겐 오랜 한을 푼 순간이다. 
20대 전성기 시절에도 받지 못한 사이영상을 35세의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받았다. ‘MLB.com’에 따르면 정규시즌 종료 기준으로 세일의 나이는 35세184일로 1959년 얼리 윈(39세266일),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38세1일), 2012년 R.A. 디키(37세340일), 1957년 워렌 스판(36년159일), 1981년 롤리 핑거스(35년41일)에 이어 역대 6번째로 많은 나이에 첫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다.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연말 세일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될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당시 애틀랜타는 23세 내야 유망주 본 그리섬을 보스턴에 주고 세일을 영입했다. 올해 연봉 2750만 달러 중 1700만 달러를 보스턴이 보전하는 조건이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애틀랜타가 왜 세일을 데려갔는지 의아함을 자아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파이어볼러이자 닥터K로 활약한 세일은 2018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2019년 3월 보스턴과 5년 1억4500만 달러 연장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그해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친 뒤 2020년 3월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연장 계약 첫 해부터 통째로 날렸다. 2021년 8워 복귀했지만 갈비뼈 피로 골절로 2022년 시즌을 7월에야 시작했다. 그러나 2경기 만에 강습 타구에 맞아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는 불운을 겪더니 8월에는 재활 중 오토바이 사고로 손목이 부러지면서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에도 6월초 어깨 염증 탓에 두 달 넘게 결장하는 등 대형 계약 후 4년간 31경기 151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3.93으로 부진했다. ‘먹튀’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었다. 
30대 중반 ‘유리몸’ 투수를 유망주 주고 데려왔으니 기대보다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렉스 앤소폴로스 애틀랜타 야구운영사장 겸 단장은 “세일은 지난해 100이닝밖에 던지지 않았고, 오랜만에 (부상이 없는) 정상적인 오프시즌을 보낸다”며 반등을 기대했다. 트레이드 후 5일 만에 기존 계약을 깨며 2년 3800만 달러 연장 계약으로 세일에 대한 믿음을 보냈다. 
그 결과 대박을 쳤다. 올 시즌 세일은 29경기에서 177⅔이닝을 던지며 18승3패 평균자책점 2.38 탈삼진 225개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6년 만의 풀타임 시즌에 NL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를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으로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이영상 수상 후 세일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처음 이 상을 받기까지 쉽지 않았다. 팀 동료, 코치, 트레이너, 가족 등 여러 사람들이 떠오른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욱 특별하다”며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되찾으면 조금 더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올해가 내게 그런 해였고, 여유를 갖고 야구에 감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5년 내내 부상에 허덕였던 세일에겐 오랜만의 풀타임 시즌이었다. “올해 내 목표는 그저 건강해지는 것이었다. 처음 트레이드가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과 팬층, 정말 좋은 팀으로 가는 팀에서 난 그저 건강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을 거라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자신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애틀랜타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크다. 세일은 “애틀랜타의 클럽하우스와 조직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선 순간 정말 편안해졌다. 선수들부터 코치진, 전체 스태프와 프런트 오피스 모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공을 돌렸다. 
애틀랜타는 구단 역대 8번째 사이영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LA 다저스(12회) 다음으로 이 부문 단독 2위에 올랐다. 워렌 스판(1957년), 톰 글래빈(1991·1998년), 그렉 매덕스(1993~1995년), 존 스몰츠(1996년)에 이어 세일이 애틀랜타 소속으로 사이영상을 받은 역대 5번째 선수이자 8번째 수상자가 됐다. 세일은 “거기에 발을 담글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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