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님 감사합니다, 마지막 날까지…" 눈물로 떠난 달의 남자, 이제 강철 매직에 보답할 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11.22 07: 41

“김경문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로 FA 이적한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외야수 장진혁(31)을 지명했다. 한화의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중이던 장진혁은 손혁 한화 단장으로부터 이 소식을 듣곤 눈물을 흘렸다. 2016년 입단 후 9년을 몸담으며 20대 청춘을 보낸 팀이었으니 떠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KT 소속으로 바뀌었지만 장진혁은 미야자키에 이틀 더 머물렀다. 한화 선수단과 회식도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장진혁이 귀국하는 날 아침밥을 같이 먹고 보냈다. 식사 중 김경문 감독의 진심 어린 한마디 한마디에 장진혁도 마음을 굳게 먹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한화 장진혁이 더그아웃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2022.09.13 / dreamer@osen.co.kr

한화 장진혁(왼쪽)이 김경문 감독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8.18 / ksl0919@osen.co.kr

장진혁은 “내가 25인 보호선수명단에 묶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보상선수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상은 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듣고, 단장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와 울컥했다”며 “감독님께서 저 못지않게 마음을 써주셨다. 야구장에서 다시 볼 거라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장진혁을 떠나보내는 김 감독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지난 6월초 시즌 중 한화에 부임한 김 감독은 장진혁을 주목했다. 느린 팀컬러를 바꾸기 위해 발 빠른 장진혁을 테이블세터로 중용했다. 후반기에 붙박이 중견수로 고정된 장진혁은 8월 한 달간 23경기 타율 3할5푼4리(79타수 28안타) 5홈런 19타점 OPS 1.033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시즌 전체 성적도 99경기 타율 2할6푼3리(289타수 69안타) 9홈런 44타점 14도루 OPS .747로 커리어 하이였다. 
감독이 밀어주고, 선수가 보답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1~2군을 오르내리며 입지가 불안했던 장진혁에게 김 감독의 믿음은 큰 힘이 됐다. ‘달의 남자’로 불렸던 장진혁은 “김경문 감독님과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감독님이 계속 기회를 주셨고, 제가 가치 있는 선수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셨다. 말씀을 많이 하시진 않지만 선수와 팀을 움직이게 하시는 힘이 있으시다. 마지막 날 아침에 식사까지 같이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과 동행은 끝났지만 장진혁에겐 또 다른 명장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이다. 이강철 감독은 이전부터 장진혁을 눈여겨봤다. 지난여름에는 장진혁을 데려오기 위해 한화 측에 트레이드를 문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김 감독의 반대가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예전부터 장진혁을 봤는데 피지컬 좋고, 발이 빠르고, 스윙도 좋다. 데려오고 싶었는데 안 됐다”며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화 김경문 감독(왼쪽)이 홈런 포함 4안타 4타점 맹활약 펼친 장진혁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8.23 / soul1014@osen.co.kr
역대 최초로 와일드카드 업셋에 성공한 KT 이강철 감독이 관중석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24.10.03 / dreamer@osen.co.kr
한화에서 KT로 옮긴 장진혁. 2024.09.15 / foto0307@osen.co.kr
하지만 FA 유출 악재 속에 이 감독은 장진혁을 보상선수로 품었다. 장진혁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저를 그렇게 생각하신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광주일고 선배님이시지만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KT전에 끝내기도 한 번 치고, 그렇게 못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T는 중견수 배정대가 외야 중심을 잡는 가운데 재계약 협상 중인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김민혁이 좌우 코너를 맡고 있다. 타격이 좋은 김민혁은 최근 들어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관리가 필요한 유형이다. 조용호와 홍현빈이 방출되고, 정준영이 군입대하면서 KT는 4번째 외야수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강철 감독이 장진혁을 좋게 보고 있는 만큼 주전 경쟁 가능성도 열려있다. 
22일 수원의 KT 구단 사무실을 찾아 첫인사를 할 예정인 장진혁은 이제 새로운 팀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광주 출신인 그는 “대전에 9년 있었는데 친근하고, 정이 많이 들었다. 떠나는 게 아쉽지만 이제는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해야 한다. 한화 선배님들부터 동생들까지 전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며 응원해줬다. KT에 가서 직접 부딪쳐보고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 올 시즌 뛰면서 자신감도 많이 쌓였고, 마무리캠프 때 수비나 번트 연습도 많이 했다. 이제는 진짜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다짐했다.
2회초 2사 주자 1,3루 한화 장진혁이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리고 있다. 2024.06.04 / rumi@osen.co.kr
한화 장진혁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8.04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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