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선배 닮지 않았나요? 치는 것도 그렇고, 힘도 엄청 세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포수 허관회(25)는 신인으로 합류한 포수 한지윤(18)을 보곤 박동원(34·LG)의 이름을 꺼냈다. 짙은 눈매가 박동원을 쏙 빼닮은 한지윤은 포지션도 포수로 같다. 타격 스타일마저 통산 154홈런을 터뜨린 박동원처럼 힘이 좋고, 장타력을 갖췄다.
경기상고 출신 포수 한지윤은 188cm, 93kg 건장한 체구로 올해 고교 25경기 타율 3할4푼4리(90타수 31안타) 3홈런 21타점 OPS 1.013으로 활약했다. 지난 9월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포수 중에선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SSG에 뽑힌 강릉고 이율예 다음으로 두 번째 높은 순번이었다.
지명 당시 한화 구단은 “타격 강화가 목표였던 3라운드에서 당초 1라운드급으로 평가된 우타 거포 잠재력을 갖춘 한지윤을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고교 타자 중 타구 속도가 최고 수준인 한지윤에게 거포 유망주로서 자질을 본 것이다. 타격에 포커스를 맞춘 지명이었지만 포수로서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지난달 대전 훈련 때 한지윤을 보고선 “고교 때 하는 걸 봤는데 좋은 포수”라고 기대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취미로 하던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지윤은 처음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포수에 대한 애착이 무척 크다. 휘문중을 졸업한 뒤 경기상고로 진학한 것도 포수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엄종수 코치가 있어서였다. 엄종수 코치의 아들이자 한지윤의 2년 선배인 포수 엄형찬은 2022년 7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다.
일각에선 한지윤의 타격 강점을 살리기 위해 포수 대신 다른 포지션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너무 이른 이야기다. 선수 본인도 “어릴 때부터 포수를 하면서 힘든 줄 몰랐다. 하면 할수록 포수가 좋았다. 이왕하는 거 포수로 성공하고 싶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타격 능력이다. 이미 체구는 프로 선수에 밀리지 않는다. 파워만 놓고 보면 지금 당장 프로 1군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평가. 한지윤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먹을 걸 많이 챙겨줬다. 골격이 크다 보니 힘도 잘 붙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은 몸을 만들고 싶다”며 “남들과 타구 속도가 비슷하게 날아가는 게 싫었다. 세게 치다 보니 타구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포수라면 수비가 기본이지만 주전이 되기 위해선 결국 방망이도 잘 쳐야 한다. 한지윤이 박동원 같은 공격형 포수가 되면 한화로선 더 바랄 게 없다. 30대 중반이 된 최재훈, 이재원으로 1군 포수진을 꾸린 한화는 다음 세대 포수 육성이 중요해졌고, 쓰루오카 가즈나리 일본인 배터리코치를 영입해 퓨처스 팀에 배치했다. 젊고 가능성 있는 포수들을 많이 모은 만큼 이제는 육성을 해야 할 때다.
한지윤도 집중 육성 대상에 포함된다. 프로 시작부터 경험 많고 섬세한 일본인 코치에게 기본기를 배울 수 있게 됐으니 한지윤에겐 좋은 기회다. 팔 상태가 좋지 않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서산 잔류군에 남은 한지윤은 쓰루오카 코치와 먼저 함께했다. “공을 잘 잡는 게 먼저라고 말씀하셨다. 블로킹하는 방법도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는 한지윤은 “프로는 처음이라 여러 가지로 배울 것들이 많다. 허관회 선배님이 옆에서 많이 챙겨주고, 훈련할 때 파이팅을 불어넣어주셔서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박동원을 쏙 빼닮았지만 롤모델로 같은 팀 주전 포수 최재훈 꼽은 한지윤은 “운이 좋게도 포수 중에선 두 번째로 높은 순번에 뽑혔다. 포수는 저보다 위에 한 명이 있는데 나중에는 그 친구(이율예)보다 잘하고 싶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며 “앞으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