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된 정철원(25)은 트레이드의 키를 쥐고 있다. 정철원 활용법을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 팀에 포진해 있기에 롯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지난 22일, 두산과 2대3 트레이드를 단행한 롯데 자이언츠.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이자 역대 8번째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을 달성한 외야수 김민석, 올해 상무에서 전역했고 내년이 더 기대되는 외야수 추재현, 그리고 파이어볼러 원석 최우인을 두산에 내줬다.
대신 롯데는 불펜과 내야진 뎁스 보강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2022시즌 신인왕을 수상했던 불펜 투수 정철원과 올해 100경기 이산 출장한 준주전급 내야수 전민재를 받아왔다.
롯데의 트레이드 성패는 정철원이 쥐고 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입단한 정철원은 2022시즌에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 해 58경기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의 성적을 거뒀다. 이 해 신인 자격 선수 역대 최다 홀드 기록을 달성했다. 입단 5년차에 중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인왕 시즌이 현재까지 정철원의 커리어 하이가 됐다. 이후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67경기 7승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의 성적을 남겼고 올해는 36경기 2승 1패 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6.40의 성적에 머물렀다. 이승엽 감독 체제 하에서 마무리 보직을 맡는 등 중용하려고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강한 공을 뿌리는 젊은 투수들이 계속 등장했다. 정철원의 구위와 고점을 알고 있음에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 반면, 올해 롯데 불펜은 처참했다. 평균자책점 5.36으로 리그 9위에 머무르고 블론세이브도 리그 최다 27회를 기록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 졸이는 경기들이 거듭됐다.
일단 롯데는 내부 FA였던 필승조 구승민과 2+2년 최대 21억원, 김원중과 4년 최대 54억원에 계약하면서 내부 단속에 성공했다. 가뜩이나 질과 양에서 부족한 불펜진이었지만 이탈한 자원은 없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아쉬웠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외부 FA 시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았다. FA 협상과 별개로 불펜 보강 트레이드를 위해 물밑에서 활발하게 작업했다. 결국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는 과정에서 적합한 매물이 정철원이었다.
롯데는 강한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유형의 불펜 투수를 원했다. 구승민과 김원중 등도 140km 중후반대의 공을 던지지만 구속의 편차가 있었다. 최준용 전미르 정성종 최이준 등 중용하려고 했던 강속구 불펜 투수들은 모두 부상에 수술 등으로 제대로 쓰지 못했다. 상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김태형 감독인데 현재 불펜진의 구성에 아쉬움이 짙었다.
박준혁 롯데 단장은 “시즌을 치르면서 구속이나 공의 힘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저평가 되어있지만 정철원의 갖고 있는 실링이 높고 또 팔의 각이 높아서 릴리즈 포인트도 좋다. 타자가 느낄 체감도 다를 것이다. 또 하이 패스트볼도 잘 쓰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등 공의 무브먼트도 ABS 시스템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 그리고 올해 새로 영입한 김상진 코치의 역량을 믿고 있다. 정철원이 최고점을 찍을 수 있도록, 2군에서 키워내고 육성을 시킨 김상진 코치였고 1군에서 정철원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신인왕까지 만들어 낸 김태형 감독이다. ‘정철원 사용설명서’를 숙지하고 있고 통달했다. 활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철원의 부활을 위해 김태형 감독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팔을 걷어 붙일 예정이다. 정철원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구단 안팎의 후문이다. 과연 정철원은 롯데의 트레이드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