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류현진, 이정후도 해내지 못했던 만장일치 신인상. 그렇다면 김택연은 어떨까. 19살에 프로 구단의 클로저를 맡은 뒤 태극마크까지 새긴 그가 박재홍 이후 28년 만에 새 역사에 도전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 월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을 개최한다.
수상 기회가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은 KBO가 한국야구기자회와 함께 사전에 후보를 선정하고, 지난달 2일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와일드카드 1차전 개최에 앞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2024시즌 KBO리그를 취재한 한국야구기자회 회원사와 각 지역 언론사 소속 취재기자 총 136명이 참여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가 수상자로 선정되는 다득표제다.
신인상 후보는 KBO 표창규정 제7조(2024년 입단한 선수 및 당해 연도를 제외한 최근 5년 이내(2019년~2023년) 입단한 선수 중 누적 기록이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지 않는 모든 선수. 단, 해외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되었던 선수는 제외)를 충족한 선수들 중에서 추려졌다.
기준에 맞춘 선수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신인상 후보로는 투수 KIA 타이거즈 곽도규, 두산 베어스 김택연, 최지강, SSG 랜더스 조병현 등 4명, 야수는 SSG 랜더스 정준재, 한화 이글스 황영묵 등 총 2명이 후보에 올라 6명의 선수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을 노린다.
김택연은 6명 가운데 가장 유력한 신인상 후보다. 여기에 올 시즌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만장일치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택연은 인천고를 나와 202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 지명된 우완 특급 유망주다. 입단과 함께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김택연은 2024시즌 개막에 앞서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호평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김택연은 빠른 1군 적응을 거쳐 전반기 도중 팀의 마무리를 맡았다.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올스타전에 초대됐고, 후반기 기세를 이어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홀로 65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4위에 큰 힘을 보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가을야구 데뷔전을 갖고,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까지 뽐냈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었다. 7월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KBO리그 신인 최초로 무결점 이닝(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을 해냈고,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세이브(19세 1개월 20일)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만장일치 신인상은 단 두 차례 뿐이었다. 1984년 윤석환(OB 베어스)이 1위표(10점) 11장을 쓸어 담으며 총 110점으로 사상 첫 만장일치 신인왕의 탄생을 알렸고, 1996년 박재홍(현대 유니콘스)은 유효표 65표를 싹쓸이했다.
이후 수많은 특급 루키들이 만장일치 신인왕에 도전했지만, 벽은 높았다. 2005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유효표 88표 가운데 85표, 2006년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92표 중 82표, 2017년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는 총 535점 중 503점을 획득했다. 총 득표 103표 가운데 1위표 98표를 받았다.
김택연이 만일 만장일치 신인왕에 오를 경우 박재홍 이후 무려 28년 만에 KBO리그 역대 3번째 역사가 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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