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포로(25)가 주장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에게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영국 '풋볼 런던'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포로가 손흥민에게 고함친 순간을 사랑할 이유"라며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에 더 많은 슈팅을 내줬지만, 더 잘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를 가장 기쁘게 했을 것은 선수들이 시스템이나 게임 플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24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12라운드에서 맨시티를 4-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센터백 듀오 미키 반 더 벤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부상 공백을 딛고 귀중한 원정 승리를 따냈다. 그 덕분에 토트넘은 연패를 끊어내며 승점 19(6승 1무 5패)로 6위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맨시티는 공식전 5연패의 늪에 빠지며 2위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선두 리버풀(승점 28)과 격차는 어느덧 8점에 달한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5경기 연속 패배한 건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처음 있는 일이다. 맨시티는 지난달 리그컵에서 토트넘에 패한 뒤로 본머스, 스포르팅, 브라이튼에 모두 무릎 꿇었고, 다시 만난 토트넘에 또 덜미를 잡혔다.
예상과 달리 토트넘이 전반부터 몰아쳤다. 생일을 맞은 제임스 매디슨이 전반 13분 선제골로 자축포를 터트렸다. 그는 데얀 쿨루셉스키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얼리 크로스에 발을 갖다 대며 골망을 갈랐다.
순식간에 추가골까지 나왔다. 매디슨은 전반 20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이 수비를 끌어당긴 뒤 절묘한 패스로 매디슨에게 공을 건넸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은 매디슨은 정확한 마무리로 2-0을 만들었다.
시즌 4호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 그는 이번에도 맨시티를 만나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며 맨시티 킬러로 불리는 이유를 증명했다.
손흥민은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20경기 8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뒤 PL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손흥민(5골 5도움)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는 모하메드 살라(7골 4도움) 단 한 명뿐이다.
전반전을 2-0으로 마친 토트넘.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후반 7분 페드로 포로가 쐐기골을 넣었고, 종료 직전 브레넌 존슨이 4번째 골까지 추가하며 대승에 방점을 찍었다. 토트넘은 부상 관리가 필요한 손흥민을 후반 18분 벤치로 불러들이고도 여유롭게 경기를 매조지었다.
다만 경기 중 손흥민이 동료에게 호통을 듣는 장면도 있었다. 2-0으로 앞서고 있던 포로가 자신에게 패스하지 않은 손흥민을 바라보며 화를 낸 것.
손흥민은 전반 28분 역습 기회에서 우측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포로 대신 왼쪽에 있는 도미닉 솔란케 쪽으로 공을 건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솔란케는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진 못했고,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러자 포로는 손흥민 쪽으로 몸을 돌려 불만을 터트렸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공을 잡았을 때 솔란케를 향한 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소유권을 잃은 뒤 더 나은 선택은 먼 쪽에 있는 포로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당연히 포로는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고, 손흥민에게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포로가 토트넘의 3번째 골을 넣으면서 정당한 것으로 입증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전반에는 이런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는 포로가 계속해서 득점하고 선수들이 서로에게 절대적인 최선의 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토트넘이 큰 일관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했다.
결과도 좋았다. 포로는 후반 7분 솔란케가 내준 컷백 패스를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포로의 시즌 2호 골이었다. 손흥민의 기점 패스에서 시작된 역습으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손흥민과 포로는 득점 후 합동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둘은 영화 'ET'의 한 장면처럼 각자의 검지를 맞대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나눴다.
손흥민과 포로는 이전부터 친분을 드러내왔다. 검지 세레머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리시즌 경기에서 손흥민이 득점했을 때도 포로가 다가가 검지를 내밀곤 했다.
특히 포로는 지난 9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부상으로 빠진 손흥민을 챙기기도 했다. 그는 후반전 솔란케의 골이 터지자 솔란케 옆에 자리를 잡더니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그런 뒤 양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경기장 밖에서 보고 있을 캡틴에게 바치는 세레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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