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한 팀에서만 뛴 선수를 두고 ‘원 클럽맨’이라고 일컫는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6)은 ‘원 클럽맨’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현재 삼성 선수단 가운데 투수 백정현(2007년 입단)에 이어 가장 오랫동안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있다.
제주관광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뒤 2011년 삼성의 5라운드 36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헌곤은 1군 통산 90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2리(2516타수 685안타) 45홈런 302타점 328득점 64도루를 거뒀다. 올 시즌 117경기에서 281타수 85안타 타율 3할2리 9홈런 34타점 43득점 4도루를 기록했다.
김헌곤은 지난 25일 삼성과 2년 최대 총액 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원클럽맨’의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그는 “주변을 둘러봐도 한 팀에 오랫동안 소속되어 있는 선수는 흔치 않더라. 우리 팀에서는 (백)정현이 형과 (구)자욱이 정도다. 원클럽맨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데뷔 첫 FA 권리를 행사한 그는 “제가 사랑하는 야구를 더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한 번쯤 (FA 계약을 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계약 규모를 떠나 FA 선수가 되어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 부상과 부진 속에 은퇴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 왔던 김헌곤은 올 시즌 만점 활약을 펼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김헌곤은 “야구를 그만둘지 고민해서 그런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절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제대로 느낀 시즌이었다.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다는 걸 깨닫고 나서 매 순간 소중하게 느껴졌다. 대수비, 대주자 등 어떠한 역할이든 감사하게 생각하고 올 시즌을 맞이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으로 잘 알려진 김헌곤은 가족이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특히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비야 군의 존재가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그는 “제겐 소소하다면 소소한 목표가 있었다. 내년에 7살이 되는 우리 비야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선수로 뛰고 싶었다”면서 “2년간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 물론 제가 더 잘하면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비야가 있어 제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고 고마워했다.
에이전트 없이 FA 협상을 진행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도 김헌곤은 개인 훈련도 열심히 소화했다. 이제 계약을 마쳤으니 훈련에 더욱 몰두할 계획이다.
김헌곤은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면서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부상 방지에 중점을 두며 체력 훈련을 소화할 생각이다. 예년보다 기술 훈련의 비중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일찍 들어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
마지막으로 그는 “항상 제 야구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이 많았는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시즌이었다”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
‘원 클럽맨’ 김헌곤의 삼성 잔류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김헌곤의 FA 계약 발표 후 동료들이 더 기뻐했다는 후문. 김헌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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