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예영이 데뷔 10년을 넘겨 영화 '언니, 유정'에서 시나리오 윤색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박예영은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화 '언니, 유정'(감독 정해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 유정'은 예기치 못한 한 사건으로,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서로의 진심을 향해 나아가는 자매의 성찰과 화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드라마를 그린 독립 영화다.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임을 고백한 기정(이하은 분)과, 동생 기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언니 유정(박예영 분) 그리고 이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희진(김이경 분)까지. 하나의 사건으로 마주하게 된 세 인물이 겪게 되는 딜레마를 관찰한다.
내레이션 윤색,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 참여한 그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건보다는 사건에 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내고 싶었다. 대사도 같은 상황에 대해 순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면서 이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사 작업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서프라이즈처럼 엔딩 크레딧에 올려주셨다. 내레이션도 제가 감독님이 애기를 해주셔서 고민하다가 제가 기정이한테 편지 쓰는 방식으로 전개해봤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제가 제일 많이 참여를 하게 된 건 대사"라며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를 때가 있다.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신중했다. 누군가를 저격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는 아무도 없으니까. 이야기를 흘러 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영은 "아무래도 독립영화를 많이 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이게 도움이 될 것 같아'라고 하면 제안하는 것 같다. 대신 늘 깔아둔다. '그냥 던지는 말인데요'하고. '제가 틀렸을 수도 있는데'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한다"라며 웃었다.
다만 "긴 시나리오는 깜냥이 안 된다"라며 겸손을 표한 그는 "한번씩 메모장, 일기 형식, 편지 쓸 때 내레이션 쓰듯이 쓰게 된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제가 학교 다닐 때 연출 수업을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언젠가는 단편이라도 하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다. 아직은 그럴 깜냥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건국대학교에서 영화학과를 전공한 그는 "저희 학교에서는 연출 전공들에게 늘 한 학기에 단편영화 한 편씩을 찍게 했다. 연기 전공도 참여하게 하는데 저뿐만 아니라 건대영화과 학생들 특징이다. 현장을 빠르게 이해하고 날렵하다. 적응력이 좋다. 일머리가 좋다. 필요한 걸 바로 할 줄 안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시나리오를 제대로 할 마음만 생긴다면 제대로 해볼 생각이 있다. 여태까지 작업하면서 뿌려놓은 쿠폰이 있어서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지난 2013년 영화 '월동준비'로 데뷔해 올해로 10주년이 넘은 박예영. 정작 그는 "제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디렉터스컷 '새로운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이렇게 오래 했는데 새로운 여자배우상을 받네'가 아니라 저는 늘 새로웠다"라며 멋쩍어 했다.
그는 "똑같은 긴장감을 갖고 있다 보니 오래했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늘 새로운 분들을 뵙고, 이제는 늘 현장이 새로워서 10년을 했다는 느낌이 잘 안 든다. 현장을 즐기는 입장은 솔직히 못 된다. 과정을 멀리서 봤을 때는 결국 행복에 가깝다. 그래서 하는 것 같다. 작품에 캐스팅 되고 시작하면 즐거움 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일이 확 와닿을 때가 있다. 이걸 하면서 상처도 받지만, 가끔 만나는 좋은 순간들, 선물 같은 순간들이 계속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선물이 되는 순간도 있어서 결국 계속 하게 만들어준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언니, 유정' 개봉도 비슷했다. 영화제를 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데 개봉까지 하니까 선물 같다. '언니, 유정'으로 기자님들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이런 순간도 저한테는 서프라이즈 같았다. 이런 기억들로 힘든 순간을 버티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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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