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92%에 달하는 압도적 신인상 수상에도 만족은 없다. ‘19세 클로저’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올해의 성공과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성숙한 포부를 남겼다.
김택연은 지난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영예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김택연은 총 101표 가운데 무려 93표를 획득하며 득표율 92.08% 압도적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김택연의 뒤를 이어 황영묵(한화 이글스)이 3표, 정준재, 조병현(이상 SSG 랜더스)이 2표, 곽도규(KIA 타이거즈)가 1표로 뒤를 따랐다.
김택연은 박종훈(1983년), 윤석환(1984년), 홍성흔(1999년), 임태훈(2007년), 이용찬(2009년), 양의지(2010년), 정철원(2022년)에 이어 베어스 소속 역대 8번째 신인상 주인공이 됐다.
김택연은 수상 후 취재진과 만나 “기사를 봤을 때 신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고졸신인이 아니었다면 수상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후보들이 있었다”라며 “작년에 (문)동주 형이 트로피가 무겁다고 했는데 실제로 생각보다 무거워서 놀랐다. 그래서 수상 소감을 잊어버릴 뻔 했지만, 이름이 불렸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엄청 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사한 분들을 빠트리지 않고 말하려고 신경 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인상은 야구를 하면서 평생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기에 너무 영광스럽다. 이런 뜻 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이 상을 받기까지 큰 힘이 된 팬분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만장일치 불발에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 김택연은 “당연히 만장일치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93표를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내가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기록은 아니다. 신인상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나한테 투표해주신 기자님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김택연은 인천고를 나와 202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 지명된 우완 특급 유망주다. 입단과 함께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김택연은 2024시즌 개막에 앞서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호평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김택연은 빠른 1군 적응을 거쳐 전반기 도중 팀의 마무리를 맡았다.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올스타전에 초대됐고, 후반기 기세를 이어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홀로 65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4위에 큰 힘을 보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가을야구 데뷔전을 갖고,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까지 뽐냈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었다. 7월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KBO리그 신인 최초로 무결점 이닝(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을 해냈고,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세이브(19세 1개월 20일)의 주인공이 됐다.
김택연에게 신인상까지 차지한 첫 시즌을 평가해달라고 묻자 “70% 정도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시즌 전에는 나에 대한 물음표가 많았다. 그런 물음표가 조금씩 느낌표로 바뀐 한해였다”라며 “난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또 분명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하면서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만족하는 순간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비시즌 체력, 좌타자 상대, 세컨피치의 완성도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어12 또한 김택연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김택연은 시즌 종료 후 신인 유일 태극마크를 달고 첫 성인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3경기 평균자책점 20.25(1⅓이닝 3자책)의 쓴맛을 봤다. 또한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로부터 “김택연이 걱정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김택연은 “정말 많은 교훈을 얻은 국제대회였다.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타자를 승부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들어갔는데 많이 맞아 나갔다.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고, 아직 많이 성장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마지막에 그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 시즌을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전했다.
김택연의 내년 시즌 목표는 2년차 징크스 없이 올해의 기세를 이어 세이브왕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 걱정되는 부분이 많지만, 세이브왕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들어갈 것이다. 타자는 적응하는 순간 잘 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또 2년차가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나. 어려움이 깊어지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MVP를 수상한 선배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보며 먼훗날 MVP 수상의 꿈도 키웠다. 김택연은 “(김)도영이 형은 누구나 인정하는 MVP다. 그 누구도 수상을 부정할 수 없는 슈퍼스타다. 나 또한 멋있게 봤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린 나이에 이뤄낸 게 많다”라며 “나 또한 MVP를 수상할 수도 있겠지만, 어렵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누구나 그런 꿈은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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