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한 발 앞서나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뽑힌 황준서(19·한화 이글스)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은 김택연의 몫이었다. 고졸 신인 역대 최다 19세이브를 거두며 60경기(65이닝) 평균자책점 2.08 탈삼진 78개로 활약한 김택연은 유효 투표수 101표 중 93표를 받았다. 득표율 92.1%로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김택연은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좌완 선발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김택연보다 먼저 한화에 지명된 ‘전체 1순위’ 좌완 투수 황준서도 첫 해치곤 괜찮았다. 36경기(11선발·72이닝) 2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5.38 탈삼진 70개를 기록했다. 김택연에 비해선 아쉽지만 19살 고졸 신인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3월31일 대전 KT전에서 고졸 신인 역대 10번째 데뷔전 선발승(5이닝 1실점)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황준서는 4월 중순부터 두 달간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4월20일 대전 삼성전에서 구자욱을 연속 삼진 잡으며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5월29일 대전 롯데전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승리를 따냈다.
최고 시속 149km 직구와 강력한 위닝샷 포크볼로 위력을 떨쳤다.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포도 보여줬지만 체력이 문제였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구속이 감소하면서 장점인 제구도 흔들렸다. 투수진에 변수가 많았던 한화는 팀 사정상 황준서를 2군에서 육성시킬 여유가 없었다. 8월초 2군에 내려가 2주 동안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다시 콜업돼 불펜으로 시즌을 마쳤다. 긴 시즌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시즌 초반 좋을 때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시즌 후 일본 교육리그에도 갔지만 중간에 귀국했다. 퓨처스리그 9이닝, 교육리그 9이닝으로 시즌 총 90이닝을 채운 만큼 관리가 필요했다. 체력과 피지컬을 키우는 게 과제인 황준서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도 빠져 서산에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를 수 있는 몸과 스태미너를 만들어야 한다.
11월 내내 황준서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서산 숙소에서 제공하는 하루 삼시 세끼를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먹었다. 틈틈이 프로틴도 섭취하며 잠들기 전까지 초콜릿 먹을 만큼 체중 불리기에 집중했다. 185cm 78kg으로 큰 키에 비해 마른 체구인 황준서는 살이 쉽게 붙지 않는 체질이다. 체중 증가 미션이 만만치 않지만 스스로 보완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
황준서는 “시즌 초반에는 제 퍼포먼스가 나와서 너무 재미있게 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힘이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어느 한순간에 투구 밸런스 잃은 것도 체력 때문이었다. 좋았던 밸런스를 바로 찾지 못하고 헤맸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살쪄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단장님께서 체중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체중을 찌우는 것보다 체력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다. 비시즌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다”며 근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이야기했다.
체력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로 필요한 부분을 느낀 한 해였다. 황준서는 “1년 차라서 루틴 같은 게 없었다. 경기 준비 과정에서 몸을 푸는 것부터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며 “내년에는 슬라이더도 많이 던져보려 한다. 짧은 거리에서 캐치볼을 하며 커터식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크볼이란 확실한 결정구가 있지만 선발로 길게 던지기 위해선 또 하나의 변화구가 필요하다.
한화는 문동주와 김서현 모두 첫 해 시행착오를 겪은 뒤 2년 차 시즌에 각각 선발과 필승조로 폭풍 성장하며 자리잡았다. 첫 해 성적만 보면 황준서가 문동주나 김서현보다 낫다. 김택연이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비교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황준서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FA 엄상백을 영입한 한화는 류현진, 문동주, 라이언 와이스, 새 외국인 투수까지 선발진 다섯 자리가 꽉 찼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선발진에 빈자리가 생길지 모른다. 황준서의 성장이 중요하다. 그는 “내년에 신구장에서 처음 야구한다. 개인적 목표도 있지만 팀이 꼭 가을야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