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끝까지 함께하자 해놓고 최근 KT 위즈 이적을 택한 허경민. 절친의 선택이 서운할 법도 했지만, 정수빈은 허경민의 새로운 야구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정수빈(두산 베어스), 허경민(KT 위즈), 박건우(NC 다이노스)는 1990년생 동갑내기로, 지난 2009년 나란히 두산에 입단해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다. 출신학교, 지명순위에 데뷔 시기까지 모두 달랐지만 서로 의지하며 이른바 ‘90트리오’를 결성했고, 아기 곰에서 팀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해 2021년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90트리오는 2020시즌이 끝난 뒤 정수빈, 허경민이 나란히 FA 자격을 얻으며 첫 번째 해체 위기를 맞이했다. 다행히 허경민이 먼저 잔류를 확정지은 뒤 정수빈 설득에 성공하며 동행을 연장했지만, 1년 후 FA가 된 박건우가 2021년 12월 6년 총액 100억 원에 NC로 향하면서 해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24년 11월 28일 현재 정수빈은 혼자가 됐다. 90듀오를 이뤘던 허경민마저 지난 8일 KT와 4년 40억 원에 FA 계약하며 두산을 떠났기 때문. 허경민은 2024시즌을 마친 뒤 3년 20억 원의 선수 옵션을 포기,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했다. "두산에 남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원소속팀 두산과도 새로운 FA 계약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생애 첫 이적이었다.
지난 26일 KBO 시상식에서 중견수 부문 수비상을 받은 정수빈은 90트리오 가운데 혼자 남게 됐다는 말에 “많이 아쉽다. 내년부터는 많이 외로울 거 같다. 안 그래도 지금 팀에서 왕따인데 더 왕따가 될 거 같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허)경민이와는 워낙 친하다.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라 이번 FA 협상 때도 나한테 가장 먼저 상의를 했다”라며 “이적은 아쉽지만, 그 또한 경민이의 선택이다. 프로이기에 당연히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 경민이를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허경민은 지난 2020년 12월 두산과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한 뒤 미계약 FA 신분이었던 정수빈에게 연락해 두산 잔류를 간곡히 요청했다. 당시 정수빈은 “(허)경민이가 정말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했다. 계속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다”라며 “경민이와 끝까지 함께하는 걸 상상해봤다. 물론 한화에 가서도 더 성장하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지만, 그래도 경민이랑 긴 시간 안정적으로 가는 방향을 택했다”라고 두산에 남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정수빈이 허경민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타이밍이 늦었다. 정수빈은 “2020년 경민이가 계약한 뒤 나한테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 역시 경민이와 함께하는 게 좋아서 두산에 남았다”라며 “이번에는 내가 잔류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이미 많이 진전된 뒤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아쉬워했다.
절친의 이적이 서운할 법도 했지만, 정수빈은 허경민이 KT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가길 기원했다. 그는 “경민이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또 이렇게 프로에 와서 한 팀에서 16년 이상 동고동락하다보니 정말 정도 많이 들었고, 추억도 많이 쌓았다”라며 “물론 이적은 원하지 않는 결과이지만, 경민이에게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어차피 시즌 개막하면 만날 거고, 야구를 그만둔 뒤에도 계속 만날 것이다. 경민이가 KT 가서도 항상 지금처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친구의 성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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