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진은 성악가로 시작해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바리톤, '팬텀싱어' 초대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 '불타는 트롯맨' 우승자, 라디오 DJ까지. 다양한 수식어를 거쳐 '가수'로 정착했다. 첫 정규앨범 '샤인(SHINE)'은 그런 손태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답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의 공식 팬카페에서 이름을 따올 정도로 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다양한 음악으로 비추고 있다는 손태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태진은 지난달 29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28일 첫 정규앨범 '샤인(SHINE)'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 사이 첫 전국투어로 단독 콘서트 '더 쇼케이스(The Showcase)'까지 시작한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앨범과 근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샤인'은 트리플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8곡으로 구성됐다. 김종환 작사, 작곡의 '가면'과 '꽃'은 물론 손태진이 작곡에 참여하고 김이나가 작사한 '널 부르리'까지 절반에 가까운 곡이 타이틀 곡이라니, 흔치 않은 구성이다. 그러나 손태진은 "그만큼 자신있다"는 자신감과 "왜 꼭 타이틀로만 활동을 해야 하냐"는 반문을 담아 첫 정규앨범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널 부르리'에 대해 손태진은 "제가 아끼던 카드 중에 하나인 김이나 작사가 님의 카드를 제 첫 작곡과 첫 정규에 넣고 싶었는데 흔쾌히 해주셨다. '무조건 해야지'라고 하면서 너무 아름다운 가사로 '널 부르리'라는 제목을 얘기해주셨을 때 딱 좋을 것 같았다. 너무 좋고, 그 가사 덕분에 이번에 특별히 응원법을 만들었다. 콘서트장에서는 거의 팬들과 같이 함께 무대를 완성하는 곡이 됐다. 트리플 타이틀 세 곡 다 색깔은 너무 다르지만 타이틀로서는 저의 다양한 색깔도 보여주되 그런 의미를 담아서 준비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널 부르리' 작곡 과정에 대해서도 "제가 다양한 장르를 해왔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빅브라스나 재즈다. 해외 가수로 언급하자면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 혹은 마이클 부블레 스러운 음악들을 좋아한다. 저의 음악이 서정적인 곡들이 많다보니까 흥을 돋구기 위해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브라스라고 생각해서 신나는 곡으로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의도적으로 그 멜로디도 조금 단순화시킨 것도 있다"라며 "대중 앞에서는 너무 음악적인 깊이를 너무 많이 생각하고, 저의 예술성만 생각해서 하기에는 때로는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봐 첫 곡인 만큼 심플하게 딱 떨어지는 음으로, 사이사이 공백도 일부러 만들었다. 같이 노래할 수 있는 오히려 여름에 잘 어울릴 만 한 멜로디를 쓰고 싶어서 그런 방법을 선택했다. 댄스까지도 넣으려고 할 정도로 무대 위에서 신나게 뛰면서 할 수 있는 곡"이라고 자신했다.
첫 정규앨범인 만큼 힘든 점도 있었을까. 손태진은 "선곡"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나랑 잘 어울리는 작가 분들, 혹은 막연하게 상상 속에서 '이 분과 작업하면 이런 곡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출발한다. 여러 작곡가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분께 의뢰를 드릴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러면서 이 앨범에 어떤 곡을 넣을 거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 노래가 좋고, 나쁘고는 없기 때문에 각 색깔의 곡들이다. 결국에는 마지막까지 그걸 뚫고 남은 곡들이 어떤 곡들이냐고 정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때로는 저의 손을 벗어나서 운명에 맡길 때도 있었다. 7곡을 나열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정규앨범을 내고 또 첫 전국투어 단독 콘서트 '더 쇼케이스(THE SHOWCASE)'를 진행할 정도로 우뚝서기까지. 가수 손태진을 대중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 순간은 단연코 MBN 예능 '불타는 트롯맨(약칭 불트)' 우승자로 불릴 때다. 정규에 앞서 가을까지도 신성, 민수현, 김중연, 박민수, 공훈, 에녹 등 '불트' 결승 진출자들과 함께 TOP7으로 활약한 손태진은 프로그램 선배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특히 손태진은 "신유 선배, 박구윤 선배님이 '노래 다 좋다. 그런데 이 좋은 노래들이 다 들릴 수 있게 전달하는 건 가수의 몫이다'라고 해주시더라. 아직도 3년 전 곡들을 신곡으로 소개하고 다니신다면서. 그 분들도 그렇게 노력하시는데 저도 가만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나가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불어 그는 '불트' 우승의 의미에 대해 "성악가라는 타이틀은 흔히 테너 누구, 바리톤 누구라는 게 강하다. 그런 게 조금 없어지고 '가수'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그렇다고 성악가와 가수 사이 성장의 개념이 다른 건 아니다. 예전엔 저의 목소리가 축제에 가면 '어떤 성악가 노래한대, 잘하더라'라고 기억되는 게 있었다. 이름이 아닌 '성악가'로 불리는 것 같았다. 나의 이름으로 조금 더 대중에게 가까워지고 싶은 계기가 됐다. '불트' 이후에 '가수 손태진' 하면 성악하던 친구라는 것도 아시고 한 명의 아티스트로 기억되는 부분이 가장 감사했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지난 2년간 제게 가장 큰 도전은 '불타는 트롯맨' 자체였다. 그게 끝난 이후에는 그 어떤 것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불트'를 잘 마무리함으로써 저한테는 되게 큰 힘을 실어주면서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그 선택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게 지나고 나니 저에게는 2년 동안 달려올 힘을 큰 힘을 안겨준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불트'에서는 손태진의 실제 이모할머니인 레전드 가수 심수봉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바. 이 밖에도 손태진의 가족들은 대를 이어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다. 조카인 시윤은 같은 소속사 미스틱스토리 걸그룹 빌리 멤버이고, 외사촌 진원은 손태진이 출연했던 '팬텀싱어'의 시즌4에서 우승한 리베란테 멤버인 것이다.
이에 손태진은 "이모할머니에 대해선 더 존경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가장 도전적인 걸 하신 역사적인 가수 중에 한 분이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노래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평생 노래를 하겠다는 다짐을 이행하기 어려운데 그걸 해내고 계신 분이다. 이런 분이 가족이라는 게 너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때로는 '음악가, 가수로서 나를 인정해주시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밝힌 그는 "가족을 넘어서 대선배, 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존재시다. '불트' 출연 당시에 정말 나오시는 걸 아예 몰랐다. 원래 대외적인 방송 활동에 안 보이셨던 분이다. '불트'에 나오신다 했을 때 저도 의아했다. 혹여나 문제가 될 수 있고, 괜한 부담이 될 수 있어서 연락을 안 드렸다. 그 무대에서 첫날 대화한 게 경연 이후에 첫 대면이었다. 그래서 더 떨렸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첫 정규앨범에는 심수봉의 인정도 담겼다. 손태진은 "제가 같이 무대를 한 적도 있고 제 솔로를 모니터링을 자주 해주시더라. 그러면서 뭔가 '태진이의 음악성이 달라졌다'고 박수를 치면서 저를 칭찬해주시는데 성악가로서 칭찬을 해주시는 게 있었다면 가수로서 칭찬 받는 게 느낌이 다르더라. 전에 칭찬을 안해주신 건 아니다. 그렇지만 '네 곡에 울림이 생겼다'는 칭찬을 듣고 되게 뿌듯했다"라며 웃었다.
더불어 조카 시윤, 사촌동생 원까지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이모할머니(심수봉)가 뭔가 얘기하신 적이 있다. '대를 잇는 느낌이라 좋다'고. '어떻게 이런 복이 우리 가정 안에 있을까' 얘기하신 적이 있다. 뭔가 DNA 안에 (음악이) 있었기에 이렇게 또 모인 게 아닐까 싶다"라며 신기해 했고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표했다.
이 밖에도 손태진은 다양한 부분에서 '첫 번째' 경험을 하는 중이다. MBC 라디오 '손태진의 트로트 라디오'에서는 DJ를 맡아 지상파 유일의 트로트 전문 라디오를 진행 중이기도. "저도 가장 즐겁게 활동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매일 라디오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부분"이라고 밝힌 그는 "제가 초중고를 다 외국에서 자라서 한글이 조금 미숙할 때가 많지만 이 라디오의 매력에 저도 빠지게 되면서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되고 제가 음악을 소개하는 입장으로서 저도 많이 배우게 되고 그를 통해서 대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자리도 생겨서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자리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선배님들께서 라디오에 오고가면서 '네가 하는 게 얼마나 가요계에 큰 힘이 되는 지 모른다'라고 해주셨다. 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분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호스트를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더라"라며 "겸손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정통 트로트 하시는 분들 중에 정말 실력자 분들 정말 많다. 제 생각에 '이런 선배님들이 계셔야지' 하는 자리인 만큼 부담을 많이 갖고 시작했다'라고 고백했다.
단, 도전을 쉬지 않는 손태진도 결혼과 연애는 망설였다. 그는 '불트'에서 만난 절친 박현호가 동료 가수 은가은과 결혼한다고 제일 먼저 알린 것에 대해 "현호가 연애 한다고, 결혼한다고 했을 때 너무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부러운 건 당연하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 마음이 확고하게 이 분과 너무 잘 맞는다는 게 동생으로서, 형으로서 응원하는 입장이라 그랬다"라며 웃었다.
다만 손태진은 "팬분들이 연애, 결혼 같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늘 갈린다. '결혼은 음악과 하는 거로'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혹은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우리 태진 님도 좋은 사람 만나야 한다'는 분들도 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있겠지만 지금 저는 가장 좀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까 저의 평생을 좌우할 순간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혼은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 나중에 그런 일이 있다면 미리 말씀드리겠다"라며 덧붙였다.
이러한 각오 덕분일까. '샤인'은 초동 10만 장 기록을 돌파하며 팬들 사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너무 놀랐다"라고 고백한 손태진은 "바쁘게 콘서트도 준비하고, 방송 때문에 바빴던 시기에 앨범 발매가 됐던 거라 계속 모니터링을 할 수 없었다. 또 무섭기도 했다. '어떻게 됐을까? 차트에 들어가려나? 다 좋아해주려나?'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나중에 10만장을 넘겼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놀랬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자체가 팬분들이 만들어주신 것이지 않나. 너무 감사했다. 그렇다 보니까 무대 위에 모습들과 곡들 중에서도 팬송도 있고 다양한 곡들이 있는데 더 많이 묻어나오고 싶다. 똑같은 공연을 하더라도 감사함을 최대한 많이 표현한다고 하는데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날 믿고 밀어주시는데 두려울 게 없지 하면서 저한테는 힘이 되어주시는 것 같다"라며 팬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아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때로는 장르라는 경계선 때문에, 장르라는 벽 때문에 틀에 갇히는 경우가 있더라. 하지만 팬분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해주시는 얘기가 '손태진이 장르다'라고 해주신다. 앞으로는 손태진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제 장르가 될 것 같다. 제 목소리 특성상 툭 담담하게 뱉으면서 위로하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해주시다 보니, 내 음악을 통해 힐링을 드리고 가장 힘들 때 오히려 음악의 힘을 믿는다. 음악을 통해 하루하루 힘내실 수 있는 힘을 얻으실 수 있게 그런 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손태진의 음악에 있어서는 장르 구분화가 아닌 '손태진 음악 따뜻하지', '위로받는 목소리야'에만 그쳐도 저는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팬텀싱어' 결승장소였던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첫 단독 콘서트 전국투어 '더 쇼케이스'의 포문을 연 것도 손태진에게는 남다른 감회를 선사했다. 크로스오버 오디션 '팬텀싱어', 트로트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까지 섭렵한 그에게 또 다른 오디션 도전도 있을까. 손태진은 "주변에서 이제 '쇼 미 더 머니'만 우승하면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의 피를 끓는 경연이 있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다. 물론 랩이나 힙합은 주변에서 농담으로 한 거다. 저는 올드 컨템포러리 팝을 즐겨 듣는데 재즈 계열 곡들도 워낙 좋아한다. 혹시라도 차후에 재즈 관련 오디션이 나온다면 솔깃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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