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34) 합류에 상심한 것일까. 아니면 자극을 받은 것일까. 마법사 군단 부동의 3루수 황재균(37)이 스프링캠프도 시작하기 전에 3루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의 경쟁을 선언했다.
황재균은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4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3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도영(KIA 타이거즈), 노시환(한화 이글스), 문보경(LG 트윈스), 최정(SSG 랜더스) 등 KBO리그 대표 3루수들을 제치고 2024시즌 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3루수 자리에 올라섰다.
리얼글러브 어워드는 KBO리그 각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를 선정하는 한국판 골드글러브 어워드다. 선수들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 올해 최고의 야수선수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선후배 및 동료들의 인정과 존중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 2차 3라운드 24순위 지명된 황재균은 프로 19년차를 맞아 137경기 타율 2할6푼 128안타 13홈런 58타점 60득점을 남기며 KT의 기적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탰다. 늘 그랬듯 건강한 몸을 무기로 KT 3루수 포지션을 든든히 지켰다. 꾸준함의 상징이기도 한 황재균은 개인 통산 2088경기, 2160안타 기록 행진을 이어나가는 중이기도 하다.
시상대에 오른 황재균은 “내가 이 상을 받으러 여기 있는 게 의아하긴 한데 선수들이 뽑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3루수로서 이 자리에 서는 게 마지막일 거 같다. 내년에는 다른 포지션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돌연 포지션 전향을 선언했다.
최고의 3루수로 뽑힌 황재균이 2025시즌 핫코너 경쟁을 포기한 이유는 KT가 스토브리그에서 2018년 골든글러브, 최근 2년 연속 KBO 3루수 수비상에 빛나는 특급 핫코너 허경민(34)을 4년 40억 원에 영입했기 때문. 철인 3루수를 보유한 KT가 FA 시장에서 새로운 3루수 영입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황재균의 1루수 전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재균은 시상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따로 만나 “이미 (내야) 글러브도 여러 개 준비해놨고, (허)경민이가 나보다 좋은 3루수라 난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서 경쟁을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잘하고 있다”라고 수상 소감을 부연 설명했다.
황재균은 내년 시즌 정든 3루를 떠나 1루수, 2루수 포지션에 동시에 도전할 계획. 그는 “그 동안 3루수로 많이 뛰었지만, 2루수, 1루수 경험도 있다. 새로운 포지션인 만큼 연습을 많이 해서 나한타 맞는 옷으로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일단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준비할 생각이다. 여러 방면으로 준비가 필요하며, 스프링캠프에서 감독님, 코치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구체적으로 결정이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황재균이 1루수 글러브를 착용할 경우 오재일, 문상철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며, 2루수의 경우 박경수, 신본기가 은퇴했지만, 올해 수비가 일취월장한 오윤석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이호연, 천성호, 박민석, 권동진 등 내야 한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38살에 경쟁을 자처한 황재균은 “이런 느낌은 되게 오랜만이다.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올해 내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다 받아들여야한다”라며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고, 지지 않을 자신도 있다”라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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