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설민석이 4년 만에 MBC에 돌아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묻히고 말았다.
3일 첫 방송된 MBC ‘선을 넘는 클래스’에서 전현무와 유병재는 오랜만에 녹화에 참여한 설렘을 드러냈다. 이들이 기다린 ‘선생님’은 ‘선을 넘는 녀석들’을 오랫동안 함께 했던 스타 강사 설민석. 세 사람은 반갑게 인사하며 변함없는 우정을 자랑했다.
멋쩍으면서도 긴장된 미소로 카메라 앞에 선 설민석은 “아..몇 년 만에 찾아뵙는지 모르겠다. 많이 자숙하고 노력한 끝에 다시 찾아뵙게 됐다. 저의 불찰로 인해서 큰 실망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진솔한 복귀 소감을 남겼다.
설민석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와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한국사 강사로 활약했고 2012년부터는 tvN ‘공부의 비법2’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엔 MBC ‘무한도전’에 나와 전국구 스타 강사로 급부상했다.
이후 그는 KBS ‘설민석의 십장생 한국사’, MBC ‘선을 넘는 녀석들’, tvN ‘책 읽어 드립니다’를 통해 역사를 쉽게 풀어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연영과 출신다운 현란한 말솜씨와 극적인 표현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고 2019년엔 ‘선을 넘는 녀석들’로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 부문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2020년 12월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서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론칭했다. 당시 설민석은 “프로그램에 내 이름이 들어가서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더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고 출연자였던 존박은 “설민석 선생님이 한다고 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라고 넘치는 신뢰를 자랑했다.
그러나 2회 ‘클레오파트라 편’이 방송된 이후 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가 SNS를 통해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설민석을 공개 비난했다.
이에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했고 설민석 또한 “제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인 것 같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말씀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더 성실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는 설민석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이후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설민석이 2010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의 표절률이 52%라는 보도가 나온 것. 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과거 설민석의 발언들 중 오류가 있던 것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설민석은 SNS를 통해 "석사 논문 표절 사태로 많은 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논문을 작성함에 있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했음을 인정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 과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교육자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내 강의와 방송을 믿고 들어주신 모든 분들,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학자, 교육자 분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내게 보내 준 과분한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 책임을 통감해 앞으로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라고 말했다.
자숙에 들어간 설민석은 2년 만인 지난 2022년 MBN ‘그리스 로마 신화-신들의 사생활’을 통해 조심스럽게 방송에 복귀했다. 반응은 예전만 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활동을 늘려나가더니 결국 MBC에도 재입성했다. 비록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문에 그의 복귀 화제는 완전히 묻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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