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마무리’ 김택연(19)은 어떻게 ‘115억 원 거포’ 김재환(36)을 넘어 베어스 구단 새 역사를 쓸 수 있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 13일 2025년 연봉 재계약 대상자 50명 전원과의 계약 완료 소식을 전하면서 “김택연이 연봉 인상률 366.7%를 기록했다”라고 발표했다.
연봉 3000만 원으로 데뷔 시즌을 출발한 ‘19세’ 김택연은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연봉 1억4000만 원이 적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는 2021년 KT 위즈 소형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로야구 고졸 2년차 최고 연봉 타이기록이다. KBO리그 2년차 최고 연봉은 하재훈(SSG 랜더스)의 1억5000만 원인데 그는 고졸 신인이 아닌 해외에서 이미 프로의 맛을 본 중고 신인이었다.
아울러 김택연은 연봉 인상률 366.7%(1억1000만 원)을 기록하며 베어스 42년 프랜차이즈 최다 인상률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2017년 잠실 거포로 올라선 김재환의 300%로, 김재환은 당시 연봉이 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택연이 8년 만에 366.7%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구단 새 역사를 쓴 것이다.
김택연은 어떻게 생애 첫 연봉 협상에서 이렇게 후한 대우을 받을 수 있었을까.
김택연은 인천고를 나와 202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 지명됐다. 입단과 함께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김택연은 2024시즌 개막에 앞서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호평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김택연은 빠른 1군 적응을 거쳐 전반기 도중 팀의 마무리를 맡았다.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올스타전에 초대됐고, 후반기 기세를 이어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홀로 65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4위에 큰 힘을 보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가을야구 데뷔전을 갖고,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까지 뽐냈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었다. 7월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KBO리그 신인 최초로 무결점 이닝(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을 해냈고,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세이브(19세 1개월 20일)의 주인공이 됐다. 김택연은 이에 힘입어 KBO 시상식에서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김택연은 연봉 계약을 마친 뒤 "고졸 2년차 연봉 타이기록과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 신기록은 모두 생각지도 못했다. 첫해부터 좋은 대우를 해주신 고영섭 사장님과 김태룡 단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연봉이 오르니 기분 좋다. 다만 올해 한 것보다 과분한 금액을 받은 것 같은데 내년에 더 열심히 하라는 기대와 격려를 함께 받았다고 생각하겠다.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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